"DT 앞서가자"...금융-ICT '적과의 동침'

우리, KT와 마이데이터 공동추진
합작법인 설립 가능성도 열어놔
KB-엔씨소프트 AI자문사 설립
하나-SKT·신한-네이버 협업도


금융권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동맹체제’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협약(MOU) 수준에 그쳤던 그동안의 전략적 협력관계보다 격상된 형태의 합작법인 설립 움직임까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권 공략이 거세지면서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는 분위기다. 기존의 금융업 관행을 벗어던진 새로운 디지털 전환(DT)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생존조차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통 금융사와 금융권 진출을 노리는 ICT 기업 간의 이합집산 속에 업권 간 경계를 허문 무한경쟁이 점차 본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과 SK텔레콤(017670)과 51%대49%의 출자비율로 ‘핀크’를 설립했다. 핀크의 핵심 서비스인 ‘대출 비교 서비스’는 제휴 금융사만도 11곳으로 사업 초기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핀크 역시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선정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아예 디지털 금융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네이버와 손잡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AI 지능형 상담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가능했다.

ICT 기업이 핀테크 진출을 확대하면서 금융과 ICT 영역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도 합종연횡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뽑힌다. 실제 넥슨 모회사 NXC는 디지털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트레이딩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자회사 아퀴스를 설립했고, 넷마블은 AI센터를 설립해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ICT 기업의 AI 기술력과 빅데이터는 금융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영역”이라며 “금융권 진출에 목마른 ICT 기업과 빅테크로부터 위협을 느낀 금융사 간 합종연횡은 더욱 빈번해지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연합전선 구축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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