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현대 계열사까지 깜짝 등장...스팩으로 몰리는 기업들

현대무벡스도 '안정성'에 초점
스팩 합병으로 우회상장 추진
올들어 상장예심청구기업 15곳
작년 총 신청 건수에 벌써 도달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인지도가 없는 중소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위해 스팩 합병을 선택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사는 물론 브랜드가 알려진 소비재 기업까지 스팩을 찾고 있어서다. 최근 일반상장 대신 스팩을 선택한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무벡스와 ‘손흥민 샴푸’로 잘 알려진 TS트릴리온 등이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할 우려가 커지면서 안정적 증시 입성을 지원하는 스팩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스팩 합병을 위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15개사(심사철회 등 제외)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심사를 청구한 기업이 15곳인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속도가 더 빨라진 셈이다. 단순히 기업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현대무벡스처럼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기업이 스팩 무대에 등장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의 한 IPO 담당 임원은 “현대무벡스의 스팩 합병은 업계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면서도 “니콜라가 스팩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한 것처럼 코로나19 등으로 국내에서도 스팩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팩 합병 추진이 늘어난 것은 상장기업(발행사)과 주관증권사의 입맛이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발행사 입장에서는 수요예측 및 청약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코스닥에 입성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최근 스팩 합병 추진 기업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올해 초 코로나19로 공모시장이 얼어붙었을 때부터 IPO를 추진한 기업들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으로 공모가가 결정되는 일반상장과 달리 주관사와 협의해 선정한 합병비율로 상장 기업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상장)시가총액 변동성도 낮은 편이다.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안정적 상장을 원하는 기업으로서는 스팩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주관사로서도 스팩 상장 이후 3년간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되기 때문에 합병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합병 실패로 상장폐지되는 스팩이 늘어나면 평판 관리에도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일부 증권사들이 일반상장이 가능한 기업에 스팩 합병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연말 신규 스팩 상장을 위해 하반기 합병 실적을 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이후 스팩 상장 추진 기업이 늘어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꾸준히 합병기업들이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예측 등 공모결과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스팩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