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영향으로 소득 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지난해 동기 대비 소폭 개선됐다. 다만, 재난 지원금 등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한 시장 소득 기준 배율을 살펴보면 소득 분배는 큰 폭으로 악화해 이마저도 긴급 재난 지원금의 반짝 효과로 인한 일종의 착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5분위 배율’은 4.23배를 기록했다. 지난 해 동기(4.58배) 대비 0.35배 개선된 수치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소득 최상위 20%(5분위 계층)의 평균 소득을 소득 최하위 20% (1분위 계층)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그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긴급 재난지원금 효과를 걷어내고 보면 소득 분배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는 지점이다. 긴급 재난 지원금 등 공적 이전 소득을 제외한 시장 소득(근로·사업·재산·사적 이전소득) 기준 균등화 소득 5분위 배율을 살펴보면, 올 2분기 기준 8.42배로 지난해 동기(7.04배) 대비 1.38배나 악화했다. 실제로 2분기 공적 이전 소득은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127.9%나 증가했는데 공적 이전 소득 중 긴급재난지원금의 비중이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정부는 시장 소득 기준으로는 8.42배인 5분위 배율이 4.23배로 줄어든 게 된 가장 큰 원인이 긴급 재난 지원금의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에 따른 효과로 분배 상황이 개선됐다는 논리다. 다만, 뒤집어 말하면 긴급 재난 지원금의 ‘약발’을 걷어내면 소득 분배 상황은 그만큼 악화 된 셈이다. 특히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끝나는 3분기 소득 분배 상황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긴급 재난지원금은 물론 정부 재정 지출, 즉 이전 소득이 소득 분배 개선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이지만, 문제는 지속가능 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분기 가계 소득은 527만 2,000원으로 지난해 동 분기 대비 4.8% 증가했다. 근로 소득과 사업 소득은 각각 5.3%, 4.6% 감소했지만, 이전 소득이 80.8%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이 중에서도 긴급 재난지원금 등 공적 이전소득은 127.9%, 사적 이전소득은 2.1% 증가했다. 가계 지출은 388만 2,000원으로 전년 동 분기 대비 1.4% 증가했다. 가계 소득이 늘었음에도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은 67.7%로 지난해 동 분기 대비 2.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