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웨딩홀에서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0% 환불해 달라” (예비 신혼부부) vs “50명 참석해도 150명분 식사비 내라”(웨딩홀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정부가 50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자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와 웨딩홀측이 위약금 규모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예식서비스 분야 위약금 상담 건수는 지난 19일 하루 137건으로 폭증했다. 지난 17일 3건에 불과했던 상담이 18일 55건으로 늘더니 이날 40배 넘게 치솟았다. 정부가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실내 50인 이상 모임을 전격 금지하면서 이달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의 문의가 몰린 탓이다.
웨딩홀 측선 “예식을 예정대로 진행하려면 50명 미만으로 참석해도 최소 보증인원에 해당하는 식비를 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고, 예비부부들은 “오지도 않은 하객 식대를 어떻게 지급하냐”며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서다. 예비부부들은 결혼식이 취소되면 드레스 임대나 메크업 계약 등 다른 위약금도 줄줄이 물어야 하는 상황인데 웨딩홀 손해분까지 부담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반면 웨딩홀측은 “임대료나 인건비라도 건지려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연말 도산하는 웨딩홀이 넘쳐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지만, 정부가 지난 3월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결혼식 취소대란을 겪고도 지금까지 사례별 위약금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실패하면서 이번 갈등은 예고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코로나발 결혼식 취소에 따른 위약금 분쟁이 급증하자 지난 5월부터 부랴부랴 예식·외식·여행·항공·숙박 등 5개 업종에 대한 표준약관 개정에 나섰지만 쟁점합의 도출에 실패한 채 미적거리다 3월과 같은 대혼란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예식을 연기하거나 최소 보증인원을 조정하는 등 웨딩홀측과 예비부부간 자율적인 협의를 하도록 사실상 방치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식사 인원 변경으로 발생하는 위약금을 얼마나, 어떻게 산정할지를 신속하게 정해 줘야 2차 재확산 등에 대비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늑장을 부린 것이다. 지난 3월 결혼식 대규모 취소 사태에 따른 위약금 갈등을 겪고도 “정부가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느냐”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B 웨딩홀 관계자는 “정부에서 연기 위약금만 면제해달라고 했지만 그로 인해 파생된 다른 위약금 가이드라인은 아직도 정해진 게 없어 현장에서 고객들과 답 없는 싸움만 할 뿐”이라며 “전액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현재 공정위의 조처는 권고 사항이지 강제 규정이 아닌 한계 탓에 규정이 정비되기 전까지는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