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경찰개혁] 불법사찰 오명 벗으려면 업무범위 정해 자의적 해석 막아야

<중> 정보경찰 개혁
과거 선거개입·민간인사찰 의혹 등 어두운 과거
‘공공안녕 예방활동’으로 제한…기준 모호 지적
대공수사권 이양 등 광범위한 정보 수집도 가능
시민단체 ‘폐지’ 주장에 경찰 “민주적 통제강화”

정보경찰은 과거 정부에서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 논란에 휩싸이며 비판을 받아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공작’을 수사하기 위해 특별수사단이 지난 2018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정보국을 압수수색할 당시 모습./연합뉴스

정보경찰은 그동안 경찰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경찰법 등에서 직무 범위로 규정된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를 근거로 업무를 수행해온 정보경찰은 과거 정부에서 선거개입과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에 휘말리며 폐지 목소리까지 나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보경찰 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다시금 경찰개혁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정부 여당이 관련 법안을 직접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당정청이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안에 정보경찰 통제 방안이 빠지면서 개혁 작업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수집이 금지된 후 청와대가 경찰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경찰 개혁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정보경찰이 수집하는 ‘치안정보’를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보’로 제한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기준이 모호해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공공안녕’의 한계가 명확하지 않고 경찰이 이를 확장·해석해 현행과 같이 광범위한 정보활동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법이 개정돼 당장 내년부터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게 되면 사실상 정보경찰의 활동 범위가 축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대학의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공수사권은 보안경찰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간첩 사건도 치안과 연관이 있는 만큼 정보경찰과 공조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정보경찰의 범위가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경찰은 정보경찰 폐지보다는 민주적 통제 강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정보경찰 정원(2,985명)을 전년(3,358명)보다 11.1% 줄인 바 있다. 또 지난해 1월 국회·정당 등 주요 기관의 상시출입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긴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제정했다.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보경찰 관련 내부개혁은 거의 이뤄졌다고 본다”며 “다만 여전히 국민 신뢰가 부족한 만큼 정보경찰의 개념과 활동 범위 등을 법에 명문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보경찰의 업무 범위를 법에서 어느 정도까지 명확히 규정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공안녕을 위한 정보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인지 정하는 게 쟁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정보경찰에 대해 개혁을 넘어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위험 예방을 위한 정보 수집은 경찰청 내 다른 부서도 이미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정보경찰을 별도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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