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가 움직이니 李도…석달만에 中서열 1~2위 홍수지역 방문

리커창 중국 총리가 20일 40년만에 최대 규모 홍수가 발생한 충칭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중국정부망 캡처

올해 들어 석달째 계속되는 중국 남부지방의 대홍수 와중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결국 홍수 지역을 방문했다. 홍수 관리의 직접적 당사자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시 주석의 방문 이후에야 홍수 지역 방문에 나섰다. 시 주석이 움직여야 가동되는 중국 시스템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21일 중국정부망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오전 11시 항공편으로 충칭에 도착해 퉁난구의 한 촌락을 방문해 홍수 피해 상황을 살폈다. 창장(양쯔강)의 중상류에 위치한 충칭에는 최근 40년만에 대홍수가 발생해 도시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겼다. 중국정부망은 리 총리가 진흙이 묻은 장화를 신은 채 수해 현장을 누비는 사진을 게재했다.

리 총리는 현지 지역관리들에게 “시진핑 주석의 홍수 관련 중요 지시를 이행해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라”고 말하는 동시에 이재민들에게는 “당과 정부가 여러분을 도와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하겠다. 모두 힘을 합치면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지난 6월 초부터 중국 남부지방을 휩쓸고 있는 대홍수 와중에 총리가 수해현장을 찾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리 총리는 지난달 6일에 구이저우성 퉁런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당시의 초점은 빈곤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중점을 뒀다. 구이저우성도 홍수 피해를 보긴 했지만 당시 양쯔강 하류에서 중국 최대 담수호수인 포양호 등이 범람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다소 한가한 방문으로 비춰졌다. 당시 관영매체도 리 총리의 방문에 대해 별로 언급을 하지 않았을 정도다.

그런 리 총리가 이제서야 홍수 현장에 본격 나타난 것이다. 이는 최근 안후이성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18~20일 안후이성을 방문해 홍수 지역을 둘러보고 지역관리들과 군부대에 대응을 지시했다. 시 주석이 홍수 현장에 나타난 것은 올해 홍수가 시작되고 나서 처음이다. 결국 국가 서열 1~2위인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휴가 겸 비밀회의를 가진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에야 몸을 일으킨 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9일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수방 작업을 진행중인 군부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올 여름 홍수로 양쯔강 유역 도시와 농촌들이 초토화됐으며 지금까지 6,000만명이 넘는 이재민과 한화로 30조원 이상의 직접적 경제피해가 발생했다. 최근에도 양쯔강 상류인 쓰촨성과 충칭시에 폭우가 집중되면서 피해는 더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베이징 현지 관계자는 “당초 중국 기상청은 8월 초면 폭우가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비상상황이 오히려 지금까지 계속되면서 시진핑 주석이 결국 현장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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