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변동성에 당황한 동학개미…'믿을맨'으로 몰렸네

[코스피 조정장서 5%대 하락...주요 증시 중 최대낙폭]
개인 매수세 유지 속 거래량 줄어
최근 1주새 바이오株 대거 사들여
삼성전자도 다시 매수 상위 2위로
'익숙한 것이 최고' 3월 경험칙 작용
개인 '픽' 수익률도 13%대 양호


국내 증시가 최근 조정장에서 글로벌 증시 대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예상보다 큰 국내 증시의 조정폭에 개인투자자들이 ‘검증된 주식’으로 몰리고 있다. 앞으로 증시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3월 폭락장을 통해 얻은 경험이 ‘잘 아는 종목’으로의 투자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14일 하락세가 시작된 후 20일까지 5.54% 하락해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조정을 기록했다. 낙폭이 컸던 대만 자취안 지수가 같은 기간 3.38%, 러시아의 RTS 지수가 3.85%를 압도하는 낙폭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급락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하면서 1.34% 오르며 2,304.59로 장을 마감해 간신히 2,300선을 회복했지만 대만과 중국·일본 등 글로벌 증시 역시 전반적으로 반등하는 분위기라 코스피지수의 하락률 1위 자리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기세도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코스피지수가 2.46% 하락했던 18일 개인들은 5,27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지수가 떨어지면 매수 기회로 삼았던 올해 투자 전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개인들의 매수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번 주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5조7,900억원가량으로 전주 16조4,100억원보다 4% 정도 감소했다. 코스피지수가 4%대 하락을 기록한 6월15일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오히려 이전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당시 하락은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오히려 거래를 늘렸지만 지금은 증시의 변동성이 예상보다 크자 투자자들도 선뜻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증시의 방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개인들의 매수 종목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연일 연고점을 경신했던 이달 3일부터 13일까지 개인 매수 상위 종목과 조정이 시작된 14일 이후의 매수 상위 종목을 비교하면 차이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상승장에서 코로나19 반사이익을 받았던 진단키트·바이오·제약업종의 매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반면 최근 조정장에서는 이들 종목의 매수 비중을 크게 늘이는 모습이다. 이달 3일부터 13일까지 개인 매수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바이오·제약·진단키트·마스크 관련 종목은 14개였지만 14일부터 20일까지는 19개로 부쩍 늘었다. 특히 3~4월 하락장에서 집중 매수됐다가 이후 좀처럼 찾지 않던 종목들이 최근 다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스크 제조업체인 웰크론(065950)(1조7,450억원)을 비롯해 재택근무 관련주인 알서포트(131370)(1조1,472억원), YBM넷(057030)(1조529억원) 등이 오랜만에 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달 이후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 등으로 매수세가 뚝 떨어졌던 삼성전자(005930)를 이번 조정장에 들어서면서 집중 매수한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개인들이 이달 초 9거래일 동안 3조4,630억원 매수하면서 매수 상위 4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조정장이 시작된 14일 이후에는 전체에서 두 번째로 매수금액이 많았다. 확대되는 변동성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변화는 결국 변동성이 심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개인들이 ‘익숙한 것’에 투자하는 성향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3월 폭락장을 겪으면서 얻은 경험칙이 작용한 까닭으로 풀이된다. 익숙한 것에 투자한 개인들의 선택은 현재로서는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의 상위 매수 종목에 이름을 올린 19개 바이오·제약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이번 주 조정장에서 평균 13.5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알서포트는 27.01% 상승했으며 YBM넷도 25.9%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까지는 변동성이 커지는 장세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발 불확실성에 개별 종목 장세가 단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진단키트·온라인교육 등 코로나19 관련 종목들의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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