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파묘' 김원웅 논란에 일본인 특파원 "애국자·친일파 딱 자를 수 있나"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

김원웅 광복회장./연합뉴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친일 인사 국립현충원 파묘’ 등을 주장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를 소개하며 일제강점기 당시 애국자와 친일파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긴 어렵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재했다.

"일제에 협조했지만 독립운동 자금도 지원...애국자인가 친일파인가"
21일 일본 유력 경제지 닛케이 소속 서울 주재 지국장은 ‘친일파는 국립묘지에서 배제…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일으킨 파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닛케이 홈페이지 캡처

이 특파원은 김 회장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언급한 뒤 한 한국 경제인이 들려준 일화를 소개했다. 한 경제인은 “자신의 집안이 일제강점기 당시 가문을 지키기 위해 당국에 협조해야 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 그늘에서 독립운동에 몸을 던진 동생에게는 자금을 계속 보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는 애국자 집안인가요 아니면 친일파 집안인가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닛케이 특파원은 이 일화를 떠올리며 애국자인지 친일파인지 이분법적으로는 딱 잘라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김원웅 발언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아냐"
이 기사는 김 회장의 광복절 축사 내용도 소개했다. 김 회장은 광복절인 지난 15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파와 결탁하면서 대한민국은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만주국(20세기 초반 일제가 중국 만주에 세운 괴뢰국) 건국 10주년 축하 연주회에서 지휘했다면서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국립현충원에 친일 군인을 비롯한 반민족 인사 69명이 안장돼 있다면서 이들의 묘 이장을 골자로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며 닛케이는 “한국에서 친일은 과거 일본의 식민지 통치에 협력했던 사람이나 조직, 관행을 말한다”면서 “매국노와 거의 동의가 강한 부정의 뉘앙스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는 진보 세력의 친일파에 대한 생각도 풀이했다. 진보 세력은 해방 이후 한국이 원래 독립운동가들에 의해 운영돼야 했지만 실무에 능한 옛 관료나 군인, 자본가 등 일제강점기 때 협력자가 살아남아 권력을 잡고 있는 만큼 이러한 ‘친일 잔재’를 일소하지 않으면 진정한 건국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 회장의 발언은 새로운 건 아니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국립묘지에서 친일파의 무덤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도 민주당 의원이 이미 발의한 상태다.

"4.3사건 평가도 보수, 진보 분열"
김 회장 축사에 대한 원희룡 제주지사의 반박도 소개됐다. 원 지사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편향된 역사만이 들어가 있는 얘기를 기념사라고 광복회 제주지부장에게 대독하게 만든 이 처사에 대해 매우 유감이며, 제주도지사로서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밝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 (이른바 친일세력이라고 하는 분들 중에는) 태어나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거기에서 식민지의 신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 경로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지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갔던 게 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연합뉴스

닛케이는 제주도에서 벌어진 4.3 사건에 대한 보수와 진보 진영 간 평가가 엇갈린다고도 전했다. 보수 세력은 이 사건을 ‘공산주의를 내건 남조선노동당(남로당)에 의한 무장봉기’라고 보고 있는 반면 진보 세력은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제주도주민들에게 사과한 사실도 소개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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