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머니]최소 자본금 5억 넘어야 영업 가능...P2P '옥석가리기' 시동

■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 27일 시행
자기자본 5억·10억·30억 차등화
준법감시인 선임 등 영업 허들에
등록 허가업체 6~7곳 수준 그칠듯
업계는 기관투자 허용 등에 기대


오는 27일 전 세계 최초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개인간거래(P2P)업계가 제도권 금융으로서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업계에서 사기·횡령 등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던데다 최근 들어 대형사까지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고객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국이 시행령으로 제도권 입성의 허들을 높인 만큼 깐깐한 규제에서 살아남은 극소수 P2P금융업체만이 제도권으로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공포된 온투법이 27일 정식 시행된다. P2P금융을 법률로 정의하고 규제한 법이 마련되고 시행되는 것은 전 세계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2년 대부업법이 제정된 후 17년 만에 통과한 금융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온투법은 P2P금융업체의 영업 행위와 진입 요건, 준수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금융 신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개별 업체마다 연계대출 규모에 따라 자기자본 요건을 5억·10억·30억원으로 차등화하고 이를 충족할 것을 의무화했다. 투자자 손실을 사후에 보전해주는 등 영업행위 규제 사항도 포함돼 있다. 또 금융기관의 P2P 대출투자도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개별 업체는 수수료 부과기준 등 정보공개를 의무적으로 이행해 투명성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정이 온투법 시행에 뜻을 모은 것은 난립하는 P2P업체를 정리하고 업계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P2P업계에서는 매년 사기와 횡령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가짜 금괴를 담보로 투자자를 유인하거나 당초 약속한 투자처에 대출하지 않고 대주주와 관계자 사업자금에 유용하는 등 돌려막기 등의 사기행각이 비일비재했다. 금융위원회가 동산금융 혁신사례로 극찬했던 동산담보 P2P 팝펀딩은 550억원의 투자금을 돌려막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외에도 블루문펀드·넥펀 등 중형사들의 사기 행각이 올 상반기 잇따라 터졌다.


속수무책으로 치솟는 연체율도 감독 사각지대에 있던 P2P금융을 제도권으로 끌어온 이유다. P2P업계의 연체율은 2017년 5.5%에서 지난해 말 11.4%로 뛰었다. 올 1월 11.4%였던 연체율은 이달 들어 16.6%까지 급증했다. 연체율이 100%에 이르는 업체도 11곳에 달한다. 누적 대출액 업계 1위인 테라펀딩의 연체율마저 최근 20%대를 넘어서는 등 중소형사를 비롯해 대형사까지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온투법 시행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 진입 규제가 생기면서 등록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업체는 6~7개 수준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P2P업체 대표는 “자기자본 요건, 준법감시인 선임 등의 영업 허들이 생기면서 부실업체는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해 자연스럽게 도태할 것”이라며 “현재 신청 업체 중에서 등록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은 10곳 미만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업계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요건 중 하나는 기관투자의 허용 여부다. 기관투자가들은 투자에 앞서 투자기업에 대한 자체 심사를 진행하는데 이를 통과하면 믿을 만한 업체라는 것을 방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도 기관투자를 신뢰도의 척도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대형사는 온투업 등록 허가 시기에 맞춰 국내외 기관투자가들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P2P업체 대표는 “등록 허가 시기에 맞춰 기관투자를 곧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주요 기관투자가들과 접촉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온투법 시행 이후 1년간 등록 유예기간이 주어지는데 이 기간 동안 부실 사례와 사건 사고 발생으로 금융소비자의 업계 신뢰도가 더욱 추락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공통의 고민이다. 한 P2P업계 관계자는 “유예기간 동안 부실업체들의 허위 공시나 부실 심사, 사기 등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유예기간 동안에도 당국 차원에서 미등록 업체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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