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가수] 헛되지 않은 한승우의 시간,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한승우를 보면 이 말부터 떠오른다. 수없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모든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갈고닦았다. 그리고 치열했던 지난날의 노력을 ‘나의 이야기’에 담아 가슴 졸이며 자신을 지켜준 소중한 팬들 앞에 내놓았다.

한승우는 10일 발표한 첫 솔로 앨범 ‘페임(Fame)’에 아티스트로서의 명성을 입증하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앨범의 반을 자작곡으로 채우고, 전곡 작사에 참여하며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자작곡은 ‘피버(Fever)’, ‘답장해’, ‘포레스트(forest)’ 3곡. 살면서 받은 상처와 고민을 풀어낸 내용부터 힘든 시절 안전한 숲이 되어준 팬들에게 반대로 숲이 되어주겠다는 진심어린 메시지까지, 한승우는 시를 쓰듯 노래를 만들어냈다.

피지컬 앨범 역시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굳히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세 가지 버전의 피지컬 앨범은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딴 ‘한’ ‘승’ ‘우’로 제작됐다. 앨범 콘셉트를 자신으로 잡은 것은 ‘자기애’보다는 ‘자신감’으로 비친다. 데뷔 후 4년간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겪으며 단련된 나를 자신있게 드러낼 수 있는 때가 왔다.

타이틀곡 ‘새크리파이스(Sacrifice)’에서는 장점을 집약한 곡이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조건 없는 희생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그간 한승우가 빅톤에서 사랑 이야기를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데뷔곡 ‘아무렇지 않은 척’에서 ‘난 너만 보는 바보 / 가끔은 무너지는 너만 보겠다는 각오 / 사실 미소 뒤엔 답답하고 속상해’라고 수줍게 말하던 소년이었다면, 이 곡에서는 ‘거리를 좁혀 다가가 / 널 좀 더 진하게 그려봐 / 넘어와 준비가 돼 있어 / 난 여기 서 있어’라며 남자다운 힘을 앞세워 자신을 투영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멋있게 보일 수 있는지,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 보컬과 랩, 퍼포먼스 모든 부분에 능한 올라운더 매력을 타이틀곡에 담았다. 자신의 무대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꽉 채웠다. 솔로 아티스트로의 성공 가능성과 능력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한승우는 그룹 빅톤의 래퍼로 데뷔해 랩 메이킹을 하고, 작사, 작곡에 참여했지만 그룹의 색, 곡의 분위기에 자신을 맞추는데 주력했다. 빅톤은 ‘말도 안 돼’ ‘나를 기억해’ 등으로 청량한 소년의 이미지를 강조하다 2018년 ‘오월애’를 통해 아련한 분위기의 성숙한 남자로 변신을 꾀했지만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아직 자신을 선명하게 드러내지 못했던 그는 빅톤의 위기 속에서 출연한 ‘프로듀스X101’에서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했다. 데뷔 4년 차에 연습생 신분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기회라고만 볼 수는 없었지만, 대중이 스쳐보냈던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보컬 실력이 재조명되고, 수준급의 퍼포먼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갑자기가 아닌, 그 스스로 쌓아온 실력 덕분이었다.

한승우는 ‘프로듀스X101’ 데뷔 멤버에 들면서 그룹 엑스원의 메인보컬을 맡았다. 투표조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엑스원이 얼마 못 가 해체되면서 다시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험’은 분명 과거와 달랐다. 빅톤으로 돌아온 그는 작사, 작곡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색을 불어넣기 시작했고, 한승우를 비롯한 빅톤은 재조명 받으며 데뷔 이래 최고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무대 아래서 긴 앞머리로 눈을 가리고 말없이 미소만 짓던 아이돌은 스물일곱이 된 지금 당당히 자신을 걸고 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묵묵히 스스로를 단련하며 준비한 끝에 온 기회의 결과다. 성장하고 또 성장하는 한승우가 또 어떤 기회를 이끌어내고, 자신을 성장시킬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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