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중에 가운 벗는 의사들… 세브란스 내과 "응급실 중환자 못 받아"

■의료공백 현실화 우려
장기화땐 선별진료소 의료 인력난
의협, 총리·여야에 긴급대화 제안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23일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 재논의를 촉구하며 의사 가운을 벗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23일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또 24일 대학병원 전임의(임상강사)에 이어 오는 26일 전국 동네의원까지 파업에 가세할 예정이어서 의료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 22일 3년차 레지던트에 이어 이날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까지 파업에 참여하면서 전국 수련병원의 전체 전공의가 단체행동을 본격화했다. 보건복지부가 22일 전국 전공의 수련기관 244곳 중 응답을 확보한 101곳의 전공의 휴진율은 2,996명 중 932명, 31.1%다. 전체 전공의 3명 중 1명꼴이지만 모든 전공의가 파업에 나서는 첫 평일인 24일 휴진율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그간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임상강사(펠로)까지 24일부터 순차적으로 파업에 나서기 시작해 26일 대한의사협회 주도 전국 의사 2차 총파업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데다 임상강사까지 동조할 경우 대형병원의 진료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대학병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파업은 단발성으로 끝나 교수진이 대체할 수 있었지만 전공의와 임상강사까지 없는 상황이 길어지면 교수들의 대체근무도 한계에 다다르기 때문에 의료 공백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전공의 파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인데도 벌써 이상 조짐이 관측됐다. 국내 ‘빅5’ 대형병원으로 꼽히는 서울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내과는 당분간 응급실로 오는 중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내부 공지를 띄웠다. 이 병원 내과 전공의 50여명이 총파업에 참여하면서 대체인력이 부족해진 영향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내과는 종양외과와 소화기내과 등을 세부전공으로 두기 때문에 전공의 가운데 상당수가 암 환자를 돌보거나 중환자실을 맡는다. 병원 관계자는 “신규 환자 유입을 자제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밤 늦게 정세균 국무총리와 대전협이 만나 코로나19 대응 진료에 한해서는 전공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한 만큼 선별진료소와 코로나19 위중·중증 환자 대응은 한숨 돌렸다. 정부는 대전협을 포함한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논의 개시 의지를 강조했고, 의협 역시 24일 정 총리와 긴급 대화에 나서기로 한 만큼 의료 대란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제기된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코로나19 전국적 확대라는 엄중한 위기 사태를 맞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만남을 제안한 것”이라며 “엄중한 현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진혁·윤경환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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