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한 달만 일을 하더라도 퇴직금을 주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3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입법에 반대하는 경영계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계속근로기간이 1개월 이상인 근로자에게 퇴직금 지급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지난 6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7명이 발의했다. 이 법에서는 주당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도 퇴직금 지급 대상으로 분류된다.
경총은 “장기근속 공로보상이라는 퇴직급여제도의 본질을 벗어나고, 근로자의 잦은 이직 등과 결합해서 기업 인사관리에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중소·영세사업장과 소상공인에게 인건비 부담이 집중돼서 오히려 취약 근로계층의 고용회피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법원은 퇴직금이 장기근속을 공로보상하는 성격을 함께 갖는다는 점을 여러 판례를 통해 정립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는 퇴직급여의 특성상 1년 미만의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의무로 지급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이 된다고 판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경총은 현행 퇴직급여 지급 수준은 해외 대비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경총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만 퇴직급여(퇴직금 또는 퇴직연금)제도를 법정 의무화하고 사용자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제도와 비슷한 일본과 독일은 1년 미만 근로자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경총은 기업의 인사관리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기대하는 생산성을 충족하기 전 단계인 1년 미만 근로기간 근로자에게 근속 공로보상을 강제하는 것은 기업 인사관리 관행과 신의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총에 따르면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1년 이내 조기퇴사율이 27.7%에 달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들은 신입직원보다 경력직 채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노동 비용과 기업 부담도 막대한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경총은 개정안이 도입되면 연간 퇴직급여 수급자가 628만2,000명 늘어나 기업의 추가 퇴직급여 부담액이 7조6,09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기업 노동비용을 높여서 신규채용 위축과 일자리 질 저하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됐다.
경총은 “1년 미만 근로자와 초단시간 근로자 대다수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 몰려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소·영세 사업장과 소상공인 경영부담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고용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해 이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년 미만 퇴직자 중 30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가 78.5%, 3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가 52.3%로 집계됐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