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업계가 틈새 연령대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매출에 절대적으로 기여 하는 주력 연령대에 집중했던 유통업체가 고객층 확대 차원에 연령대를 넓힌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틈새 연령대가 최근 들어 알짜 고객으로 새롭게 부각되면서 유통업체들의 연령대별 마케팅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2030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편의점에 50대 이상 연령층의 유입이 늘고 있다. 실제로 CU가 지난 6월 선보인 편의점 와인 예약 구매 서비스인 ‘CU 와인샵’ 론칭 이후 약 2개월 동안 이용 고객을 분석한 결과 모바일 쇼핑에 익숙한 20대 보다 중장년층인 50대 비중이 더 높았다. 해당 서비스의 전체 매출에서 20대 비중은 6.2%에 그친 반면, 50대는 10.8%로 20대 보다 5%포인트(P) 가량 더 높았다. 평소 모바일 이용률이나 편의점 방문 비율에서도 20대가 50대보다 월등히 높은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다.

예약 구매 상품에서도 20대와 50대의 연령별 차이가 나타났다. 20대는 코노수르 게부르츠(1만500원), 생클레어 파이오니어 피노우나(2만7,200원) 등 3만원 이하 가성비 와인을 주로 구매하는 반면,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5~10만원대의 비교적 고가 와인을 구매했다. CU 와인샵에서 가장 비싼 꼬뜨로띠라랑돈느(82만원)도 50대가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고객이 편의점 알짜 고객으로 부각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장년층 활약에 CU의 전체 와인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CU의 7월 와인의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은 64.1%를 기록했다. 소주·맥주 등 다른 주류들의 신장률이 10%대에 그친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장세다.

비주류 연령대였던 50대 이상 중장년층 고객의 ‘힘’을 확인한 편의점들은 이제 직접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상권별로 고객층에 맞도록 매장 내 총 10개의 배경음악(BGM) 채널을 운영 중인 GS25의 경우 중장년 층이 많은 대형 아파트 단지 인근 편의점들을 중심으로 ‘인기 트로트’와 클래식·재즈, 7080 가요·팝송 채널 등이 단골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CU는 올해 중장년층을 위해서는 씹기 편한 연화식 소불고기 도시락도 업계 최초로 출시하는 등 2030 외 소비자들을 위한 상품이나 프로모션을 실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에 최근 50대 이상 고객 비중이 증가 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50대 이상 고객 비중이 2015년 10.2%에서 2019년 14.6%로 4.4%P 증가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17.1%까지 늘었다.

4050세대가 주력이던 백화점은 스포츠 브랜드를 앞세우며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매출은 4050세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6층에 340평 규모의 초대형 나이키 매장을 선보였다. 이는 본점 7층에 위치하던 나이키 매장을 7.5배 늘려 확장 오픈한 것이다. 특히 대형 나이키 매장의 첫 주말 3일간 매출이 이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다면 오프라인에서라도 바로 구매하는 경향이 높은 MZ세대의 특성을 잘 잡아냈다는 평가다.

신세계 백화점도 이달 말 대구점에 450평 규모로 백화점 업계 최대 규모 나이키 메가샵을 오픈한다. 신세계는 오픈 시기에 맞춰 조던 프리미엄 한정판 운동화를 출시하는 등 흥행 몰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매장 규모가 큰 만큼 키즈부터 여성, 남성, 조던 등 카테고리별로 다양한 상품 갖췃고, 새롭고 남다른 것을 찾는 MZ세대들의 특성에 맞게 오프라인에서만 줄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로 구성할 예정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본인이 만족하는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는 향후 10년 뒤 백화점의 주 고객층으로 될 수 있는 잠재 고객”이라며 “MZ세대를 잡기 위해 스트리트 패션 전문 매장 등 다양한 콘텐츠를 도입하며 백화점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 판매하는 고가 그릇들도 젊은 취향 맞춘 디자인 제품 속속 선보이며 젊은층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특히 100만원이 훌쩍 넘는 높은 가격에 높은 연령대의 부유층이나 혼수 용품 등으로 한정됐던 프리미엄 주방용품들을 젊은층들이 SNS 등에 집밥 혹은 홈까페 관련 사진을 올릴 목적으로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1775년 설립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은 ‘메가(Mega)’ 컬렉션 등에 기존 디자인에 아티스트들이 작업해 변화를 준 제품을 출시하거나 스타일리시한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더욱 젊고 현대적인 감각을 불어넣은 제품 등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한국로얄코펜하겐 관계자는 “로얄코펜하겐과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협업으로 새롭게 탄생한 메가, 메가 로즈를 통해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명품으로서의 진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