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IP에 스타제작진 품은 카카오 "기존에 없던 경험 제공"

[카카오·네이버도 OTT시장 진출...넷플릭스에 도전장]
카카오TV 내달 1일 서비스
20분내외 숏폼콘텐츠로 선봬
네이버는 '시리즈온' 몸집키우기
IT플랫폼 가세에 업계는 긴장
콘텐츠 직접제작·유통채널 갖춰
넷플릭스 대항군으로 클지 주목

다음달 공개 예정인 카카오TV의 주요 예능 콘텐츠. 왼쪽부터 ‘찐경규’, ‘내꿈은 라이언’, ‘페이스 아이디(FACE ID)’./사진제공=카카오M
“(넷플릭스 같은) 경쟁사를 특별히 염두에 두지 않고, 카카오(035720)는 새로운 영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에게 기존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 소비 경험을 제공할 겁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2·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강조한 말이다. 웹툰으로 지식재산권(IP) 경쟁력을 검증받고, 방대한 규모의 콘텐츠 제작 인프라를 구축한 카카오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카카오는 다음 달 1일 새로운 OTT 플랫폼 ‘카카오TV’를 선보인다. 카카오TV는 기존 OTT와 달리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10~20분 내외의 숏폼 콘텐츠를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의 톡채널과 #탭, 별도의 앱을 통해 카카오TV에 접근할 수 있고, 매일 총 70분가량의 카카오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

네이버도 네이버웹툰의 OTT 플랫폼 ‘시리즈온’ 키우기에 나섰다. 2013년 네이버의 영화·방송 다운로드 서비스에서 시작한 시리즈온은 지난해부터 네이버웹툰 및 시리즈와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방송 및 영화 TVOD(건당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외에 조만간 SVOD(월정액 주문형 비디오)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 등 IT 플랫폼은 직접 제작 및 유통 인프라 구축에 수년간 공을 들여왔다. 특히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M을 통해 국내를 대표하는 드라마·영화 제작사를 인수하고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PD,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 ‘마이리틀텔레비전’의 박진경·권해봄 PD 등 수많은 스타 제작진을 품에 안았다. 또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숲엔터테인먼트 등 다수의 연예 매니지먼트사까지 인수해 스타를 보다 쉽게 섭외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했다.


무엇보다 IT 플랫폼들의 강점은 방대한 양의 독점 지식재산권(IP)에 있다. 특히 카카오페이지는 누적 작품 수가 7,000여 개에 달하며, ‘미생’, ‘이태원 클라쓰’ 등 수십개 작품이 영화·드라마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웹툰으로 IP 경쟁력을 검증받고, 카카오M에서 콘텐츠를 제작해 글로벌 월간 이용자 수(MAU) 5,200만명 기반의 카카오톡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강력한 콘텐츠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기존 토종 OTT들이 연합군 결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카카오와 네이버 사이에선 일부 협업 양상도 엿보인다. 네이버 시리즈온과 카카오TV 두 플랫폼에서 다음 달 첫 방송을 앞둔 드라마 ‘연애 혁명’은 지난 7년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동명의 웹툰 IP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OTT 진출 및 몸집 불리기를 두고 ‘과연 이들이 넷플릭스에 맞설 대항군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웨이브나 티빙 같은 기존 OTT 업체들이 콘텐츠 경쟁력에서 밀리는 탓에 넷플릭스에게 속수무책으로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형국이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6월 넷플릭스 이용자 수는 466만명으로, 웨이브(271만명)와 티빙(138만명)에 비해 압도적이다. 결제액(와이즈앱 와이즈리테일)도 올해 4월 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5배 많아졌다.

웨이브의 투자 콘텐츠 라인업/사진제공=웨이브

웨이브가 MBC ‘꼰대인턴’을 비롯해 올해 최대 8편의 오리지널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2023년까지 총 3,000억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제 시작 단계라 아직 넷플릭스에 대항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또 티빙의 경우에는 넷플릭스와 CJ ENM, JTBC의 콘텐츠 제휴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들이 넷플릭스에서도 방영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티빙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기존 업계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넷플릭스와의 경쟁도 버거운 상황에서 신흥 플레이어까지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유통 채널에만 공을 들여온 기존 OTT 플랫폼과 달리 카카오와 네이버는 IP에서부터 제작사 인수, 제휴까지 콘텐츠 자체에 역량을 키워왔다”며 “더군다나 이미 국민 대부분이 쓰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콘텐츠 접근성이 높아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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