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개강을 앞둔 지난 2월24일 한 대학에서 유학생들이 기숙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대학인 한국폴리텍대가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이후에도 기숙사 입사와 2학기 대면수업을 강행해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가능성에 정부가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하는 위중한 상황인데 국책대학이 정부의 방역지침을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2·3년제 직업교육훈련 전문대학인 한국폴리텍대 인천캠퍼스는 전날 기숙사 입사를 진행하고 이날부터 2학기 개강을 했다. 이 대학은 1학년 대상으로는 비대면수업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2학년의 경우 재량적으로 대면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폴리텍대 인천캠퍼스가 지난 21일 학생들에게 보낸 공지. /독자 제공
폴리텍대 36개 캠퍼스 중 하나인 인천캠퍼스는 당초 이달 17일 2학기 개강을 예정했다가 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개강을 18일로 늦췄다. 그러다 지난 광복절 연휴 기간 수도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개학이 24일로 추가 연기됐다. 폴리텍대 인천캠퍼스는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되는 등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됐지만 예정대로 개학을 밀어붙였다.
학교는 21일 학생들에게 예정대로 24일 개강한다면서 개강 전날 입사하라는 공지문을 보냈다. 각 방에 2인 이상 배치하지만 입구에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하고 일주일에 한 번 방역 작업을 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이 대학 성남·남인천·화성 캠퍼스 등이 1~2주간 비대면수업을 운영하고 기숙사 입사를 미룬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폴리텍대 서울정수캠퍼스의 기숙사 입사 공지문 중 일부. /홈페이지 캡처
학생들은 당초 대면·비대면 혼합수업을 예고했다가 당분간 비대면만 운영하겠다는 대학들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설립한 대학이 대면수업과 기숙사 입사를 밀어붙인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반발했다. 최근 부산 기계공고 기숙사에서 확진자가 나와 학교 전체가 폐쇄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폴리텍대 인천캠퍼스의 한 재학생은 “확진자가 급등하는 시국에 등교를 강행하고 기숙사까지 개방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다”며 “정부에서 세운 대학이 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2학년 학생들의 취업준비로 대면수업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폴리텍대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인천캠퍼스의 수업 방식을 비대면으로 전환하고 기숙사 학생들을 전원 퇴사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대학 서울정수캠퍼스도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에 한해 기숙사 입실을 허용했다가 이날 전원 퇴소하라고 공지했다. 서울정수캠퍼스는 앞서 “미입실자에 대한 생활관비 일자 계산 환불은 없다”고 공지했으나 퇴소자에게 기숙사비를 전액 돌려주기로 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유행 가능성이 제기되자 서강대·서울대·연세대·한양대 등이 2학기 수업을 원격수업으로 긴급 전환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2학기 기숙사 입사예정자의 입사를 취소하고 기숙사비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