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규제에 이어 허위매물에 대한 단속이 본격화되자 시장에서 전세물건이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흔히 말하는 ‘미끼·중복물건’ 등이 사라지면서 시장은 투명해졌지만 역설적으로 허위매물이 사라지면서 전세물건도 증발해버린 것이다. ‘아실’에 따르면 최근 나흘간 서울에서 사라진 아파트 전세물건만 1만건에 육박할 정도다. 결과적으로 허위물건 규제가 전세매물 실종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전세수급지수는 과거 전세대란 수준까지 육박했다. 가을 이사철이 곧 다가오면서 전세대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허위매물 단속에 목동 단지도 전세 ‘0건’=임대차 3법 시행으로 현재 시장에서 전세물건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가운데 허위매물 단속으로 이른바 미끼·중복매물이 사라지면서 전세매물 증발이 심상치 않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는 지난 20일 아파트 전세물건이 2,379건에 달했으나 24일에는 873건으로 63% 줄었다. 양천구도 이 기간 908건에서 467건으로 48% 감소했다. 이외에 서초구·강동구·강남구 등 전세 주요 인기지역에서 매물 감소폭이 컸다. 경기도에서는 성남 분당구가 67% 감소해 1위를 기록했으며 그 뒤를 과천시(감소폭 60.8%)와 성남 수정구(41.6%), 광명시(29%) 등이 잇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허위매물에 대한 처벌조항을 담은 공인중개사법을 21일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부동산114·다방·직방·호갱노노 등 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위매물을 올리거나, 있는 매물이라도 중개 대상이 될 수 없거나 중개할 의사가 없는 경우 ‘위법한 광고’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매물 조사는 이들 사이트에 게재된 물건 기준이다.
허위매물이 삭제되면서 새롭게 전세물건이 ‘0’인 단지들도 속출했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가운데 1·2·4·6단지에서는 전세매물이 단 한 가구도 없다. 3·5·7·8·9·12단지 등 6개 단지에서는 전세매물이 5개 미만이었다. 해당 단지들은 모두 1,000가구를 넘기는 대단지다.
◇수급지수도 불안, 가을 이사철 코앞인데=현재 전세시장은 임대차 3법 시행 등으로 물건이 줄면서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KB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17일 기준) 서울 지역 전세수급지수는 전주(186.9)보다 2.7포인트 올라 189.6을 기록했다. 2015년 10월 첫째 주(190.6) 이래 최고치다. 전세수급지수가 180선까지 오른 것은 전세대란이 극심했던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전세대란이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외곽 및 강북권조차 전셋값이 억 단위로 치솟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1차’ 전용 84.9㎡는 이달 8일 5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돼 올 1월(4억5,000만원) 대비 1억원 올랐다. 성북구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 전용 59.9㎡ 또한 이달 15일 5억3,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되면서 지난해 말(4억3,000만원) 대비 1억원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허위매물 단속은 필요하지만 매물 등이 너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며 “(전세) 거래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데 매물 품귀현상으로 하향 안정화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