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치료제 띄우는 트럼프...선거운동 지렛대로

임상 3상 진행중인 코로나 백신
대선 앞둔 9월 긴급승인 가능성
환자 혈장 이용한 치료도 허가
트럼프 스타로 만든 TV 제작진
공화 전대 기획 등 분위기 조성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스티븐 한(오른쪽) FDA 국장과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코로나19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FDA가 코로나19 혈장 치료를 긴급 승인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9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은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환자들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도 긴급 승인했다. 코로나19 문제를 최대한 빨리 매듭짓고 그 성과를 선거운동에 활용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전략 의도가 엿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난달 30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의 면담 때 미국에서 3상 임상시험을 마치지 않은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당시 메도스 비서실장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이 가장 가능성이 있는 후보라고 언급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과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상과 3상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9월까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규모 3상을 준비하고 있다. NYT는 “이는 매우 이례적인 움직임”이라며 “정치적 목적으로 백신 승인을 앞당기기 위해 절차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날 코로나19 혈장치료제를 입원 후 사흘 안에 처방받은 환자들의 사망률이 감소하고 상태가 호전됐다며 이들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긴급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을 열고 “중국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의 싸움에 있어 셀 수 없는 목숨을 구할, 진정으로 역사적인 발표를 하게 돼 기쁘다”며 “사망률 35%의 감소를 볼 수 있었다. FDA는 이 치료법이 안전하고 매우 효과적이라는 독립적 판단을 내렸다. 우리가 고대해오던 아주 대단한 날”이라고 강조했다.

FDA의 자료는 일요일 오후에 나온 것으로 상당히 이례적이다. 정가에서는 다음날인 24일부터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공화당 전대에는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대거 참석해 지지율 역전의 발판을 만들 계획이다. 24일에는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유엔 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 의원 팀 스콧이 나선다.

25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차남 에릭, 26일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가 무대를 장식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후보 수락연설이 예정된 27일에는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부친을 직접 소개한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루디 줄리아니도 마지막 날 찬조연설을 한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장관도 찬조연설에 나설 예정이어서 공직과 선거운동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을 TV 스타로 만든 ‘어프렌티스’의 제작진 사두 김과 척 라벨라 등 두 명이 공화당 전당대회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프렌티스는 지난 2004년부터 NBC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TV쇼로 당시 트럼프그룹 회장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을 맡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편 CBS뉴스는 유고브와 함께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둔 19~21일 등록 유권자 2,2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성향인 공화당원 56%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를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개인의 질병을 국가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민주당원의 경우 90%가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으며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뉴욕=김영필특파원 김연하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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