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LNG추진선' 韓 기선제압에 中도 칼간다

현대삼호重, 中보다 수주 늦었지만
세계최초 LNG추진 컨선 건조 성공
中, 금융지원 앞세워 韓 추격 별러
新조선 수요 놓고 주도권 경쟁 예고

현대삼호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시운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그룹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움직이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성공한 가운데 가장 먼저 이 선박을 수주한 중국은 기술력의 한계로 1년 넘게 건조가 지연되며 낙오했다. 중국은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이를 악물고 전방위적 금융지원을 비롯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세계 조선업계의 신규 발주 물량을 좌우할 LNG 추진선 경쟁에서 양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싱가포르 EPS사가 발주한 1만4,8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급 컨테이너선의 시운전을 마무리하고 오는 9월15일 인도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선박은 길이 366m, 폭 51m, 깊이 29.9m 규모로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이 선박에는 1만2,000입방미터급 대형 LNG 연료탱크를 탑재해 1회 충전만으로 아시아와 유럽 항로를 왕복 운항할 수 있다. LNG 연료탱크에는 극저온(-163도) 환경에서도 우수한 강도와 충격 인성을 유지할 수 있는 9%니켈강이 적용됐다. 또 LNG 추진선에 필요한 LNG 연료탱크와 연료공급 시스템(FGSS), 이중연료엔진 등의 배치 및 설계를 최적화해 안전성과 컨테이너 적재 효율성을 높였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018년 4월 EPS로부터 총 6척의 같은 선종을 수주해 건조하고 있다. 이들 선박은 2022년 3·4분기까지 모두 인도될 예정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수주 시점은 중국보다 늦었지만 앞선 건조능력으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따냈다. 프랑스 선사 CMA CGM은 2017년 9월 중국 SCS조선에 2만3,000TEU급 LNG 추진 컨테이너선 1호 선박 건조를 맡겼다. 이 선박의 최초 인도 시기는 지난해 11월이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인도가 지연되며 1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도크(선박 건조 시설)에서 잠자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중국 조선소가 납기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중국 조선업계의 기본설계 능력이 부족한 가운데 CMA CMG가 건조 과정에서 화물창 기술 타입 변경을 요구하면서 차질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소들은 선박 분야 기본설계 능력을 갖고 있어 정상 인도는 물론 최초 인도 계약 당시보다 한 달가량 조기 인도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조선소가 이 선박을 올해 안에 인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주사가 운영 손실을 조선소에 전가하려 할 것”이라며 “선박 수주 당시 전 세계 언론에서 중국 조선소의 수주실적을 강조했지만 정작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정상적인 인도 능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업이 손뼉만 치고 있을 여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중국 조선업계는 한국 추격을 위해 제작 기술은 물론 관련 부품 분야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선주사들에는 대규모 금융지원을 미끼로 수주를 받아 건조 경험을 쌓고 있다. 부족한 기술력을 메우기 위한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장쑤양쯔강조선그룹은 지난해 일본 미쓰이그룹 계열사와 함께 장쑤양쯔미쓰이조선을 설립, 2022년 중형 LNG 운반선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선박공업집단도 산하 연구소를 동원해 초대형 LNG선 설계·개발을 시작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NG가 선박 추진엔진의 기본사양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신조선 수요를 이끌고 있다”며 “추격자에서 리더로 올라서려는 중국과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려는 한국 간의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락슨·로이드 선급 등은 2025년 세계 신조 발주 선박 시장의 60.3%를 LNG 연료 추진선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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