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형 눌와 출판사 대표./이호재기자
눌와. 출판사 이름으로는 다소 특이하다. 요즘에야 톡톡 튀는 이름의 출판사들이 꽤 많아졌지만 20여 년 전에는 ○○사·△△사가 출판사명으로 가장 무난했다.
“출판사 이름 정하는 일도 쉽지 않았어요. 좋은 뜻을 가진 이름을 찾았다 싶어 확인해보면 이미 출판사로 다 등록돼 있더라고요.”
그때 흥선 스님이 후일 집을 갖게 되면 당호로 쓰라고 지어줬던 이름이 생각났다. ‘말을 잘하지 않는다’는 뜻의 눌(訥)자와 ‘움집’을 뜻하는 와(窩)자의 조합, 눌와였다. 생각해보니 출판사 이름으로 꽤 괜찮았다. 아방궁처럼 화려하고 시끌벅적하기보다는 진중함을 중시하는 자들의 소박한 공간, 침묵의 값어치를 무겁게 여기는 사람들이 모인 작은 집이란 뜻의 눌와는 김 대표가 지향하고 싶은 출판사의 모습이기도 했다.
“후일 흥선 스님이 혼내시더라고요. 발음도 안 좋은데 왜 출판사 이름으로 썼냐고요. 그래도 저는 눌와가 좋습니다.”
흥선 스님은 종교인인 동시에 문화재 전문가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했고 직지사 성보박물관 관장, 불교중앙박물관 관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까지 역임했다. 흥선 스님과의 인연 역시 답사에서 시작됐다. 흥선 스님은 답사를 함께한 것은 물론이요 김 대표가 기획한 ‘답사여행의 길잡이’ 시리즈 15권 가운데 ‘팔공산자락’과 ‘가야산과 덕유산‘의 저자로도 참여했다. 또 눌와가 설립된 후에는 좋은 옛시를 번역하고 그에 대한 소소한 감상을 더한 에세이집 ‘일 줄이고 마음 고요히’와 한국 불교문화재를 대표하는 ‘석등’에 관한 책 등을 내기도 했다.
“현재도 종종 흥선 스님을 만나뵈러 갑니다. 요즘은 산속 암자에 머물고 계시는데 스님이 계신 암자 주변의 이끼가 장관입니다. 좋은 샘물이 넘쳐나다 보니 이끼가 정말 싱싱하더군요. 그곳에서 화양연화 이끼를 봤지 뭡니까.”
스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끼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김 대표의 마음이 최근 점점 자연에 더 많이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답사를 다니면서 같은 장소를 열댓 번 가기도 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사실 유물은 늘 같은 모습으로 있거든요. 그런데도 왜 거길 또 가고 싶은 건지 어느 날 생각해봤는데, 자연 때문이었어요. 겨울에는 눈이 쌓여 있고 여름에는 나무가 푸르러요. 유물 보러 간 김에 대나무 숲에 들어가기도 하고 들꽃도 유심히 보게 됩니다. 점점 더 자연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눌와가 자연생태에 대한 책을 더 비중 있게 다룰 수 있다는 힌트이기도 하다. 실제 눌와는 최근 이끼에 관한 책을 내기도 했다. 뉴욕의 식물생태학자 로빈 월 키머러가 쓴 ‘이끼와 함께’ 번역서다. ‘작지만 우아한 식물, 이끼가 전하는 지혜’라는 부제가 눈길을 끌었다. 눌와라는 출판사 이름과 왠지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