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기사를 폭행하는 A씨./사진제공=서울 동대문경찰서
“마스크를 항상 착용해야 하는 건 안다. 더워서 잠깐 내린 건 잘못이지만 욕까지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60대 전모씨)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숨만 쉬어도 방출된다더라. 지금 같은 시기에 ‘턱스크’는 상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20대 임모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미착용 문제로 폭력을 행사한 사람이 석 달 새 160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관련 다툼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정부 방침이 수시로 바뀌며 사회적 피로가 누적됐다고 지적하며 올바른 마스크 착용을 재차 강조했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월26일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 실시 이후 이달 24일까지 석 달간 마스크 미착용 관련 사건으로 총 349명이 입건됐다. 혐의별로 살펴보면 폭행·상해가 164명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해 ‘턱스크’ 불화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0명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으며 102명은 아직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5월26일 이후 대중교통 내 마스크 미착용 관련 사건 건수./자료=경찰청
지난 21일 서울 왕십리역에서는 70대 남성이 한 승객의 마스크 착용 요청에 “일가족을 몰살시키겠다”고 위협하다 협박·모욕 등의 혐의로 입건됐으며, 지난 16일에도 동대문구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버스기사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출동한 경찰의 손등을 깨문 60대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마스크 불화가 폭행까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여행가라고 했다가 방역 수위를 올리는 등 메시지가 변하다 보니 사회 전반에 피로감이 누적됐다”며 “이럴수록 정부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스크 미착용 관련 불화가 늘며 관련 신고도 폭증하고 있다. 운송수단별로 입건자가 가장 적었던 전철 등(43명)의 경우 서울교통공사에 접수되는 신고 건수만 하루 평균 700여건에 달했다. 서울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최근에는 마스크 미착용으로 인한 신고·출동만 7~10건씩 매일 접수되고 있다”며 “일선 지구대·파출소와 교통공사 측으로 접수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버스 관련 입건자는 190명으로 집계됐으며 택시는 116명이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지침이 수시로 변하며 누적된 피로감에 스텔스 바이러스라 불릴 만큼 어디서 걸렸는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라며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전부 막아줄 수는 없지만 백신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마스크가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