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상반기 신입사원 지원자들이 지난 6월 서울 성북구의 한 학교에 마련된 필기시험 고사장으로 입실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심화한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며 시작한 ‘청년 일 경험 지원 사업’의 2주간 채용 실적이 목표치의 10%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들은 “기존 직원의 고용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6개월 동안 월 최대 88만원의 보조금으로 기간제 일자리를 늘리라는 정부 정책이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이 25일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청년 일 경험 지원’ 사업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2일까지 2주간 총 4,215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예상한 목표 5만개의 8.4% 수준에 불과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 시작 이후 2주 정도가 지났기 때문에 실적이 미흡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신청 자체가 적었다. 목표인원을 할당한 ‘특화 분야’ 가운데 800명 이상 사업 담당기관 5곳을 모두 조사한 결과 관광전공 미취업·실직 청년 채용에 1,000명을 배정받은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는 총 2건의 신청이 들어왔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도 여성기업 청년인턴 지원 사업에 800명을 할당받았지만 신청은 10건에 불과했다.
기존 근로자를 쉬게 한 마당에 청년 아르바이트를 신규 채용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호텔 실습생 채용을 지원하라며 한국호텔업협회에 2,100명, 관광전공 미취업·실직 청년을 지원하라며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1,000명을 배정했다. 호텔·관광업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일자리를 유지하기도 어려운데 새로운 사람을 뽑으라고 하는 것은 기업 체감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업이 성급하게 추진된 정황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대한태권도협회는 ‘태권도 청년 일 경험 지원’ 사업으로 850개의 일자리를 배정받았지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5인 이상 사업장에만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태권도 도장 약 1만2,000곳 중 200여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태권도장 98.3%는 관장 1명이 사범 몇 명을 채용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채용 의지가 있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임 의원은 “5만명이라는 숫자에 일자리를 끼워 맞추다 보니 무리한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며 “기업의 수요와 산업의 발전 방향에 맞게 고용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부가 분야별로 구체적인 일자리 목표를 할당하지 않았다”며 “각 부처가 제출한 수치”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5인 이상 사업장에 지원한 것은 청년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맞게 목표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