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조(왼쪽), 손현주 / 사진=JTBC ‘모범형사’ 스틸 컷
배우 손현주와 조남국 PD의 재회로 주목받았던 ‘모범형사’가 유의미한 결과를 남기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첫 방송 전부터 ‘시즌2’를 기원했던 출연진들의 바람은 종영 후 시청자들의 바람으로 이어졌다.
25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 최종회에서는 강도창(손현주)과 오지혁(장승조), 그리고 진서경(이엘리야)의 끈질긴 조사 끝에 5년 전 조성기, 장진수 살인 사건의 진범이 각각 유정석(지승현), 남국현(양현민)인 것이 드러나고, 자신의 모든 악행을 돈으로 덮으려 했던 오종태(오정세)는 무기징역을 받는 권선징악 결말을 맺었다
‘모범형사’는 손현주와 조남국 PD가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에 이어 5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 이미 믿고보는 콤비로 정평이 나 있던 두 사람의 만남으로 대작 탄생을 예고했다.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조 PD가 “손현주는 나의 페르소나”라고, 손현주는 “조남국이란 이야기를 듣고 대본도 안 봤다”고 할 정도로 서로에 대한 신뢰도 드러낸 바 있어 기대감은 더 커졌다.
두 사람의 믿음은 결과로 증명됐다. ‘모범형사’는 0%대 늪에 빠져있던 전작 ‘야식남녀’의 그림자를 떨쳐내고 첫 방송 시청률 3.9%(닐슨코리아/전국 유료)로 시작, 7.5%로 마무리했다. 같은 주에 함께 시작한 JTBC 드라마 라인업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수목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가 1~2%대, 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이 4%대를 기록한 것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다. 아울러 ‘모범형사’는 매주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이 특징이다. 시청률로 작품성을 재단할 수 없으나, 이런 현상은 실질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오정세(왼쪽), 지승현 / 사진=JTBC ‘모범형사’ 스틸 컷
‘모범형사’는 조 PD가 앞서 “기존 수사물과 어떻게 차별화를 두고 연출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사건을 쫓기보다 사람을 쫓는 드라마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언급했던 것처럼, 사건을 대하는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에 중점을 뒀다. 비범한 능력이 있는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보다, 시청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서민적이 형사 강도창(손현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드라마 제목처럼 모범형사인 강도창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자들 앞에서 오로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정면 돌파했다. 수많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형사의 본분을 지키는 그의 모범은 주변인들까지 동화시켰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인 ‘모범’이 통하는 서사는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시청자들이 함께 분노하고 기뻐할 수 있는 섬세한 스토리는 몰입도를 높였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이대철(조재윤)의 사형, 신뢰와 존경을 받던 사회부 기자 유정석의 살인 과거, 지독하게 악행 저지른 오종태의 권선징악 결말 등은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반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받지 못한 캐릭터와 스토리도 있다. 진서경이 살인자인 유정석을 동정하거나 유정석의 살인죄가 미화되는 것, 누명을 쓰고 죽은 이대철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오종태의 살해 누명을 덮은 것 등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에게 끝까지 박수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긴장감 높이는 연기와 차진 호흡 덕분이다. 생활형 연기의 1인자 손현주를 비롯해, 극 중 강도창과 정반대 캐릭터인 럭셔리 엘리트 형사 오지혁을 연기한 장승조는 강도창과 연대하며 모범 형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유연하게 그려냈다. 냉철하고 지성미 넘치는 기자와 잔인한 살인자의 두 얼굴을 표현한 지승현은 탁월한 존재감을 발휘했고, 이엘리야는 강단 있는 열혈 기자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특히 오정세는 사전 제작한 ‘모범 형사’가 타 드라마와 같은 시기 방송되면서 본의 아니게 겹치기 출연을 하게 됐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180도 변신에 성공했다.
이처럼 기존의 수사물과는 결이 다른 ‘모범형사’만의 메시지, 긴장감 높이는 스토리와 몰입도를 높이는 배우들의 연기 등은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최종회에서 오지혁 부친의 살해 스토리에 여운을 남기면서 벌써부터 시청자들은 시즌2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 하나의 시즌제 명작이 탄생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