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일만에 반등한 D램 현물가.. 한숨 돌린 '반도체 코리아'

PC용 D램 현물가 25일 2.53달러로 전일대비 0.24% 상승
올 4월 이후 30% 이상 하락한 D램 현물가 상승추이로 전환
업계 “몇달 뒤 고정거래가격도 상승전환 기대”
5G스마트폰·고사양게임기 출시 등 호재 속에서도.. 코로나19는 변수


지난 4월 이후 넉달 넘게 꾸준히 하락했던 PC용 D램 현물가격이 143일만에 상승 반등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및 미중 무역분쟁 지속 등으로 신음하던 상황 속에서 다소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현물가격 상승 추이가 지속될 경우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 또한 올 연말께 상승 반등할 전망이다.

27일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PC용 D램(DDR4 8Gb 기준) 현물가격은 2.53달러로 전일 대비 0.24% 상승했다. D램 현물가격이 상승 전환한 것은 지난 4월 초 3.63달러로 연중 최고가격을 기록한 후 143일만이다. D램 현물가격은 최근 넉달 새 30% 이상 하락해 업계의 우려가 상당했다. 이번 가격 반등은 D램 가격 하락에 대한 지나친 시장 우려가 견조한 PC 수요 등으로 다소 완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선우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달간 이어진 D램 현물가격 하락 요인으로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출하량 부진을 비롯해 서버 업체들의 반도체 판매가격 하락압박, D램 제조사들의 웨이퍼 투입량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 같은 상황속에서 143일만에 D램 현물가가 상승하며 하락세 완화 가능성을 보인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LPDDR5
현물가격 추이는 업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고정거래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PC용 D램은 90% 이상이 중국 레노버 등 대형제조사와 체결한 고정가격으로 거래되지만 최근 몇년간 추이를 보면 고정가격이 현물가격과 몇달간의 시차를 두고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차를 고려해 봤을 때 고정가격 하락 추이는 몇달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지난달 기준 PC용 D램 고정가격이 3.13달러로 D램 현물가격(2.53달러)과 격차가 크기 때문에 향후 몇달간 고정가격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실제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9개월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서버용 D램(DDR4 32GB 기준) 가격은 6.4%, 낸드플래시(128Gb MLC) 가격은 6.2%씩 각각 하락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달 말 발표되는 메모리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 또한 전월 대비 하락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사업자들 또한 올 하반기 반도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올 2·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D램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바일 수요 감소가 우려되는데다 무역갈등과 같은 지정학 이슈도 대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서버업체 등 주요 고객사의 D램 재고 수준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D램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 또한 최근 올 9~11월 실적 전망치를 몇달 전 예상치 대비 낮추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올 연말께 반도체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콘퍼런스 콜에서 “하반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올 하반기가 반도체 가격의 저점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연말께 반등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변수는 코로나19 확산세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요 확산세가 ‘락다운’ 조치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최근 주춤한 탓이다. 특히 글로벌 D램의 최대 수요처인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역성장이 확실한데다, 코로나 19에 따른 5G 통신망 구축 작업 지연 등으로 내년에도 뒷걸음질 칠 경우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GDDR6.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싸이클만 놓고 봤을 때 올해는 상승 구간이었다는 점에서 코로나19로 주춤했던 반도체 시황이 올 연말께 다시 상승전환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보급 확대 및 ‘엑스박스 시리즈X’ 와 같은 고성능 게임기 출시 등의 호재도 많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올 연말 출시되는 이른바 9세대 콘솔 게임기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시리즈X’에 기대를 걸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홈엔터테인먼트’ 기기 수요 증가로 수천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들 콘솔게임기에는 16GB 용량의 GDDR6 D램이 탑재된다. GDDR(그래픽 D램)은 동영상 및 그래픽 처리에 최적화된 D램으로 저전력에 특화된 모바일용 LPDDR 제품 대비 가격이 높아 메모리 반도체 업체 수익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 이들 제품에는 낸드플래시 기반의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탑재돼 있다. 플레이스테이션5에는 825GB의 SSD가, 엑스박스 시리즈X에는 1TB(테라바이트)의 SSD가 각각 탑재돼 하이엔드급 스마트폰 대비 2~4배 가량의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낸드플래시 업체가 과다 경쟁으로 관련 사업에서 영업손실을 기록 중인 가운데 9세대 콘솔 게임기 판매량 증가 시 흑자 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