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깎아준다” 이동걸 파격제안에 장고 들어간 현산

[이동걸-정몽규 전격 회동]
산은 "모든 가능성 열고 논의"
다만 '인수조건' 강조
'재실사' 방점 찍어온
현산과 미묘한 차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26일 전격 회동하며 답보 상태에 빠졌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우선 산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산은은 아시아나 M&A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현산 측과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산은은 기자브리핑에서 현산이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한 것에 대해 “과도하다”며 “‘제한된 범위 내에서’ 논의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만남에서는 ‘모든 가능성’이라고 표현해 통 큰 양보를 시사했다.


이와 관련 산은 측은 현산에 구주 인수와 유상증자 대금을 합한 인수대금을 1조 5,000억원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현산 측의 인수대금인 2조 5,000억원보다 현산 측의 부담이 1조원 줄어든다. HDC현산은 지난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30.77%)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1,772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총 2조 5,000억원을 인수대금으로 제시했다. 이에 더해 산은은 1조 5,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공은 현산으로 넘어갔다. 향방은 ‘인수조건’이냐 ‘재실사’냐에서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의 보도자료를 보면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했다’고 나와 있다. 그동안 현산이 ‘인수조건’보다는 ‘재실사’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미묘한 차이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아시아나의 상황이 어떤지 정확히 파악한 후 이를 토대로 인수가격 등 인수조건을 재협의 해야 한다는 게 현산의 판단이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재실사보다는 바로 ‘인수조건 재협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어서 현산은 산은의 제안을 토대로 전략적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HDC 회장

다만 현산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아시아나 인수 관련 불확실성을 하루 빨리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일단 임기가 다음달 10일까지여서 산은은 그 전에 답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산이 산은의 제안을 받으면 아시아나 M&A는 극적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 안을 받지 않으면 채권단은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아시아나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태규·박시진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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