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생명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이번 유증에 따라 지급여력비율(RBC)은 2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3년 도입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올 하반기 부채적정성평가(LAT) 기준 강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NH농협생명은 다음달 11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발행한 신주(보통주) 625만주는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가 전액 인수한다.
이번 증자는 RBC비율을 높이고 IFRS17, 신지급여력비율(K-ICS) 등 재무건전성 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증자로 193.7%였던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2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농협생명은 대형 생보사 가운데에서는 유일하게 RBC비율이 200%를 밑돌아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 1·4분기 기준 농협생명을 제외하고 RBC비율이 200% 미만인 생보사는 흥국생명(188.46%), DB생명(165.51%), IBK연금보험(174.64%), DGB생명보험(187.54%), 하나생명(196.68%) 등 중소형사뿐이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상당수 생보사들이 회계제도 변화에 대비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과 달리 농협생명의 대주주는 출자를 통해 회사의 중장기 성장기반 마련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며 “가용자본 증대를 통해 재무지표와 투자수익 제고를 위한 경영관리체계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에는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하는 채권 재분류를 통해 RBC비율을 330% 수준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회사 측은 “그간 농협생명은 지속적인 금리 하락에도 자산운용 등을 통한 방어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채권재분류를 미뤄왔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등으로 저금리가 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하반기 채권 재분류를 통해 RBC비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농협생명을 시작으로 RBC비율이 비교적 낮은 중소형사들의 대응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DGB생명이 채권 재분류를 통해 RBC비율 개선에 나섰고, 일부사들은 후순위채 발행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