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강보험료가 올해보다 2.89% 오른다. 정부가 계획했던 3.2%를 밑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기업과 자영업자, 근로자 등 보험료 납부주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사용자 등 가입자 대표는 올해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보험료 동결을 주장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치료지 지원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으로 건보 재정 소요가 더 많아진 만큼 일정 수준은 올리자는 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7일 건강보험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2021년 건강보험료율을 2.89% 올린다고 밝혔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현행 6.67%에서 6.86%로 오른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은 195원80전에서 201원50전으로 인상된다.

직장가입자는 월 평균 보험료(본인부담)가 11만9,328원(지난 4월 부과기준)에서 12만2,727원으로 3,399원 증가하고 지역가입자는 월 평균 보험료(세대부담)가 9만4,666원에서 9만7,422원으로 2,756원 증가한다.


이번 인상률은 2018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다. 건보료 인상률은 재정이 넉넉하던 2016년 0.9% 인상, 2017년 동결 등을 기록하다 2018년 2.04%, 2019년 3.49%, 올해 3.20%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보험료율이 눈에 띄게 오른 이유는 임기내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보장성 강화정책 ‘문케어’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환자가 진료비 전액을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의 급여 전환이 꾸준히 진행되며 재정 소요가 급증했다. 건강보험 준비금 10조원 이상을 준비하며 이 정책을 추진하려면 매년 보험료를 3.2% 올려야 했다.

내년 역시 이 같은 기조가 이어져야 했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에 부딪혔다.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도 커진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올해 2·4분기 경제성장률이 -3.3%에 그치고 국민 근로소득(-5.3%)과 사업소득(-4.6%), 재산소득(-11.7%)이 모두 감소해 사회보험료 부담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매년 보험료율을 3.2%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정부 계획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코로나19 변수를 감안해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입자들 역시 건보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 대신 국고지원을 늘려달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과 따르면 정부는 매년 건보료 예상수입액의 20%를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법률 개정 이후 정부는 이를 제대로 지킨 적이 한 차례도 없고 2018년 기준 건강보험에서 정부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3.2%로 프랑스(52.3%)나 일본(27.4%), 대만(23.1%) 등보다 한참 낮았다.

이 같은 반발 속에 정부와 공익위원들도 3.2% 인상을 고집하기 어려워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인상률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