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배고플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라면. 다이어트 중이라면 참아야 한다. 칼로리 높은 면에, 근육 생성을 억제하는 나트륨 덩어리가 바로 라면이기 때문이다. 김치 역시 나트륨 덩어리. 라면을 먹고 싶지만 참는 것은 과연 이처럼 칼로리, 근육 생성 방해 등 이성적인 판단 때문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감성과 감정에 치우친 판단을 한다. 라면 먹는 것을 참는 이유는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먹었을 경우 다음날 아침 얼음찜질로는 수습이 불가능한 얼굴 부기와 최소한 1㎏은 불어난 몸무게에 대한 충격 때문일 것이다. ‘아침 괴물’이 되고 싶지 않은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주춤하다 441명으로 늘어났는데 한가하게 ‘라면 먹고 부은 이야기’를 하냐고 누군가는 타박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조용한 감염에 대해 반성하자는 차원에서 ‘라면 먹고 부은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한국은 뚝심과 확신으로 진단키트 연구에 매진한 벤처 덕에 성공적인 방역을 이뤄냈고 이에 전 세계가 K방역에 찬사를 보냈다. 확진자 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 대책을 발 빠르게 내놓은 덕에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19에서 빠르게 ‘엑시트’하는 듯 보였다. 이 때문에 ‘코로나발’ 경기 침체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광화문 집회발 확진자가 속속 나오면서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 여부를 고민하는 ‘반전’을 맞았다.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로 인해 조용한 감염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이제는 어느 한 지역, 한 집단의 감염이 아닌 모든 곳이 코로나에 뚫린 상태다.
과연 조용한 감염의 원인 제공자는 누구일까. 내수를 살린다고 쿠폰을 지급하며 소비와 여행을 권장한 정부만의 탓일까? 관광여행업을 비롯해 소상공인을 살려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는 없었나? 내수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정부를 두둔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 전부터 제주도행 비행기는 만석이었고 호텔 역시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제주도로, 강원도로 우리는 떠났었고 만났고 즐겁게 마시고 떠들었다. “답답한데 어떻게 해”라는 ‘여행의 이유’ ‘모임의 이유’를 만들면서 말이다. 감염의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마음을 따랐던 모두가 ‘유죄’다. 감성이 또 이성을 이긴 것이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의 공포가 확산되자 다행히 이제는 다들 ‘진짜’ 안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번 판단은 ‘이대로는 정말 끝장난다’는 ‘이성적 공포’가 반영된 결과라는 생각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