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3단계 격상’ 초읽기에 막막한 자영업자들…“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

하루 확진자 400명 돌파에 정부 3단계 격상 검토
카페·당구장 등 중위험시설 운영 전면 중단 우려
재택근무확산에 문 열어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자영업자 지원책 등 빠르고 확실한 지침 필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3단계가 시행되면 카페, 오락실, 헬스장을 비롯한 수많은 다중이용시설이 일제히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직도 구체적인 3단계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를 향한 비판도 제기된다.

27일 경기도 안양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모(31)씨는 “한 달에 나가는 지출만 2,000만원 정도라 코로나19 초기에도 야간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텼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책 없이 운영중지 조치가 취해질까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1)씨도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테이크아웃도 안 되고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사실이냐”고 되물으며 “그나마 테이크아웃으로 매출을 내던 상황이었는데 영업 자체를 못하면 많이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방역 당국의 지침상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카페, DVD방, 당구장, 실내 헬스장, 300인 미만 학원, 오락실, 놀이공원, 영화관 등의 중위험시설운영이 중단된다. 지난 19일부터 수도권에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실시돼 PC방, 노래방 같은 고위험시설의 운영이 중단된 데 이어 문을 닫는 가게들이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거리두기 3단계는 국민의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조치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5.9%가 감염 확산 조기 차단을 위해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 인근의 한 당구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구장을 운영하는 민모(58)씨는 “코로나19 이전엔 학교가 끝난 대학생들로 당구장이 가득 찼다”고 말했다./김태영기자

거리두기 3단계에서도 음식점, 쇼핑몰, 소매점 등은 운영중단 조치에서 제외돼 오후 9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상황이 나은 것은 아니다. 공덕역 근처 식당 주인 최모(38)씨는 “이 동네는 직장인 손님이 대부분인데 3단계를 해서 재택근무가 확대되면 어차피 영업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지금도 점심 장사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월에 개업할 때만 해도 이렇게 코로나가 길어질 줄 몰랐는데 계속 이러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빼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상황이나 거리두기 3단계를 하나 힘든 것은 매한가지’라는 절망도 짙었다.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민모(58)씨는 “코로나 이전엔 주말 하루 매출이 100만원 정도 였는데 지난주 토요일에는 매출이 고작 13만원에 불과했다”며 “문을 닫으면 인건비라도 절약할 수 있으니 가게 문을 여나 닫나 그게 그거다”고 탄식했다. 인근 술집 사장 나모(38)씨도 “거리두기 2단계든 3단계든 다 힘들다”며 “우리가 바라는 건 빨리 확진자를 찾아내 상황이 진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장 사장 김씨도 “차라리 전면적인 이동제한 조치로 확실히 코로나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7일 400명대로 급증하면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은 국민 이동량을 억제하기 위해 다중이용시설의 문을 닫는 등 강제적 수단을 더 많이, 다양한 부분에 적용하는 방안인데 해당 생업에 종사하는 국민의 피해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보다 빠르고 확실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아직도 세부지침을 준비하고 있으면 안된다”며 “정부가 소비쿠폰을 뿌릴 게 아니라 3단계 시 막대한 피해를 볼 생계형 자영업자나 영세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놨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향후 ‘락다운’(Lock Down·이동제한 등 전면통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3단계보다 더 강한 조치들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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