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 쓰려면 진단 검사받지 않는 그 교회 신도들과 광복절 집회 탓에 힘들어졌다고 꼭 쓰세요.”
서울 용산구, 종로구에서 22년 영업을 한 A 이탈리안 음식 요리점 사장 B씨는 28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격분했다. 이 음식점은 정부로부터 ‘백년가게’로 선정될만큼 서울의 명소 중 하나다. 한 때는 12명의 직원을 두고 주말까지 영업해야 할 정도로 붐비는 식당이다. 식당 주변에 여러 정부기관이 있는데다 유명 인사를 단골손님으로 두고 있어 올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된 시기를 제외한 달에는 지난해 보다 매출이 크게 줄지 않아 버틸만했다고 한다. B씨는 “한 단골손님이 약 200만원을 선결제하고, 3월에는 건물주가 2개월간 임대료를 받지 않았다”며 “이탈리안 음식에 주로 쓰이는 올리브유, 토마토 등은 수입하거나 한식보다 필요한 채소 가지 수가 최근 채소값 상승 영향도 적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달 광복절에 이뤄졌던 광화문 도심 집회 이후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식당 상황이 확 바뀌었다. B씨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 평균 매출이 100이라고 하면 어제는 30% 정도였다”며 “오늘도 금요일인데 예약이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손님이 없는 영향이 가장 크지만, B씨 스스로도 손님을 예전처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B씨는 “손님들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신원이 확실하지 않으면 예약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며 “집회에 참석했거나 일부 교회 신도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뉴스가 쏟아지는데, 어떻게 모르는 손님을 받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확진자가 다녀가고, 직원들까지 감염되기라도 하면 장사를 접어야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깜깜이 감염 공포가 찾아오는 손님이라도 받아야 가게가 유지된다는 생계의 절박함까지 집어삼킨 셈이다. 감염당국은 27일 낮 12시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 26명이 추가로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95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달 서울 확진자 가운데 22% 경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B씨는 아직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과 같이 정부 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정부지원이 계속 이어져도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B씨는 “1,000만원 받아 직원들 두 달 월급을 대신한다고 이 상황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발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아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