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피츠버그전 1회초 경기에서 힘껏 공을 뿌리고 있다. /UPI연합뉴스
역투하는 김광현. /AP연합뉴스
지난 2007년 프로에 입문한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지난해까지 KBO리그의 확실한 선발 투수였다. 정규시즌에서 298경기에 등판한 그는 276경기를 선발 투수로 치렀다.
익숙한 선발 자리에 돌아온 김광현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연착륙에 성공한 모습이다.
김광현은 28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인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안타 3개만을 내주고 1실점(비자책)으로 막았다. 볼넷은 1개를 기록했고 삼진 3개를 곁들였다. 1대1로 맞선 7회초 히오바니 가예고스와 교체된 김광현은 호투에도 불구하고 승패 없이 경기를 마쳤다.
김광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1.69에서 1.08로 낮췄다. 3차례 선발 등판 경기만 보면 평균자책점은 0.57로 더 좋다. 선발로 던진 15⅔이닝 동안 2실점 했고 그중 자책점은 단 1개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선발 등판한 이달 18일 시카고 컵스전 4회에 솔로 홈런을 내준 후 12이닝 동안 비자책 행진을 펼치고 있다. 김광현은 마무리 투수로 빅 리그 첫 경기를 치렀다. 7월25일 피츠버그와의 개막전에 마무리로 등판,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힘겹게 세이브를 기록했던 그는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피츠버그를 ‘선발’로 상대하며 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23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올린 김광현은 이날 연승에 도전했지만 2개의 내야 실책 중 1개가 실점(비자책)으로 이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 2승은 미뤄졌으나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다. 직전 경기와 마찬가지로 절묘한 완급 조절이 돋보였다. 최정상급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리드 속에 지체 없이 빠른 인터벌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김광현은 1회초 선두타자 에릭 곤살레스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지만 이후 2회와 3회까지 9타자 연속으로 범타 처리하며 순항했다. 실점의 화근이 된 것은 4회초 내야 실책이었다. 선두타자 콜 터커의 평범한 내야 땅볼을 잡은 3루수 브래드 밀러의 1루 송구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무사 2루에 몰렸다. 케빈 뉴먼의 장타성 타구를 좌익수 타일러 오닐이 호수비로 건져내 한숨을 돌린 김광현은 조시 벨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브라이언 레이놀즈를 파울팁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제이컵 스탈링스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실점을 하고 말았다. 5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김광현은 6회 2루수 실책이 시발점이 된 무사 1, 2루 위기를 병살타와 우익수 뜬공 유도로 막아냈다. 5회말 1대1로 균형을 이룬 세인트루이스는 6회말 2사 1, 2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투구 수 80개(스트라이크 52개)를 기록한 김광현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세인트루이스는 8회 ‘승부치기’ 끝에 3대4로 패했다.
김광현은 경기 이후 수비 실책이 빌미가 된 실점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대범한 면모도 보였다. 그는 “실책이 나온 이닝에서는 (실책을 한 선수를 위해) 실점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때 점수를 줘서 팀이 쫓겼다”며 동료를 감싼 뒤 “(장타성 타구를 잡아준 좌익수 타일러 오닐, 우익수 덱스터 파울러 등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시즌 3승 도전은 하루 늦춰졌다. 이날 류현진이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던 토론토-보스턴 레드삭스 경기는 두 팀 선수들이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한 경기 보이콧’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취소됐다. 토론토는 29일 오전 뉴욕주 버펄로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홈 경기를 치른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