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지난 27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두고 검사들의 항의성 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변호사 시장까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도 원하지 않는 보직을 받은 검사들의 줄사표 사태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승(사법연수원 30기)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사 생활을 매듭지으려 한다는 사직의 글을 올렸다. 이 부장검사는 한 시민단체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고발한 사건을 수사했다. 이번 인사에서 수원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부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울산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이동하는 김세한(31기)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2부장과 신승희(30기) 인천지검 형사2부장도 같은 날 이프로스에 사의를 표했다. 앞서 27일에는 법무부 검찰 직제개편안을 비판했던 김우석(31기) 전주지검 정읍지청장이 이프로스에 사직 글을 올렸다. 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 부패예방감시단 파견 근무 등을 거쳤던 김 지청장은 이번 인사에서 성남지청 형사3부장으로 전보됐다. 정순신(27기)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은 전날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이 나자 법무부에 사직서를 냈다. 이들에 앞서 이선욱(27기) 춘천지검 차장 등 7명이 인사 전 사표를 내 의원 면직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주말을 거치면서 다음 주까지 줄사표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측근 인사들이 약진한 데 반해 특수통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좌천되는 등 희비가 엇갈리면서 ‘더 이상 검찰에 남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검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고위 간부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을 하지 못한 26~28기를 중심으로 사표 행렬도 이어질 수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에 있을 때 인정받는 동료들이 지금 보니 대부분 고검으로 갔다”며 “이런 인사 기조가 반복되니까 포기하고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시장이 어려워 나오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며 “주변에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대부분 검찰에 남은 동료들에게 바깥 상황이 안 좋으니 좀 기다리다 나오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까지 한두 건의 폼 나는 특수사건으로 소수에게만 승진과 발탁의 기회와 영광이 집중돼왔다”며 이를 바꿔가겠다는 의사를 강조했다. 특히 “형사·공판부에 전념해온 우수 검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고자 노력했다”며 전날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