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시작된 부동산 허위매물 단속이 시장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단속 1주일간 서울 등 수도권에서 자취를 감춘 매매·전세 물건은 무려 3만8,000여건에 이른다. 미끼·중복 물건이 사라지면서 시장의 투명성은 높아졌지만 매물 부족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주요 지역의 경우 전세 물건 ‘0건’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허위매물 단속에 반발하며 인터넷에 매물을 올리지 않겠다는 집단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선의의 규제가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매물 감소폭 가장 커=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27일 기준 서울 등 수도권 매매·전세 물건은 각 15만9,662건, 3만8,288건이었다. 단속이 시행되기 전인 20일에는 매매 18만1,841건, 전세 5만4,716건이었다. 단속이 시행되고 나서 매매는 12.2%(2만2,179건), 전세는 30%(1만6,428건) 감소한 수치다. 1주일 새 매매와 전세 등을 포함해 총 3만8,607건의 매물이 자취를 감춘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매물 감소폭이 가장 컸다. 매매는 이 기간 5만4,907건에서 4만1,990건으로 1만2,917건(감소폭 23.5%)이 줄었다. 전세는 2만6,088건에서 1만5,828건으로 줄어 1만260건(39.3%)이 감소했다. 서울에서만 2만3,177건의 매매·전세 물건이 사라진 것이다. 구별로 보면 송파구와 양천구·서초구·강남구 등에서 매물 감소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도 비슷하다. 매매 물건은 20일 10만1,502건에서 27일 9만2,819건으로 전세는 이 기간 2만3,202건에서 1만7,906건으로 감소했다. 서울 못지않은 감소 규모다. 경기도의 경우 성남 분당구, 과천·광명 등에서 허위 매물이 자취를 많이 감췄다,
정부는 앞서 부동산 허위매물에 대한 처벌조항을 담은 공인중개사법을 21일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부동산114·다방·직방·호갱노노 등 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위매물을 올리거나, 있는 매물이라도 중개 대상이 될 수 없거나 중개할 의사가 없는 경우 ‘위법한 광고’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전경./서울경제DB
◇드러난 매물 부족 ‘민낯’, 중개업소는 반발=선의의 목적으로 시작된 허위매물 단속이지만 파장은 적지 않다. 미끼 매물, 중복 매물 등의 규제와 더불어 앞서 시행한 ‘임대차3법’의 여파로 대단지임에도 전세 물건 ‘0건’인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대규모 단지가 몰려 있는 목동에서도 허위매물이 사라지자 곳곳에서 전세 물건 ‘0건’ 단지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전세 호가도 덩달아 상승했다. 매매시장에서도 싼 매물이 사라지면서 정상 매물만 등재돼 자연스럽게 호가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정부의 규제에 과도하다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성남 분당구 내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인터넷 매물 광고를 내리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중개사들의 단체행동이 담합 때문일 수 있다고 보고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각종 신고 또한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 중개업소는 물론 예비 수요자 및 매도자도 인터넷에 올라온 매물의 가격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신고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부동산 매물 기반으로 성장하는 부동산 ‘프롭테크’ 기업들의 성장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