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반대해도 임대료 인상 가능하다"는 정부…팩트 짚어보니

해설서 통해 분쟁조정위·차임증감권 등 방법 제시
실제론 세입자 동의 없으면 불가능 가까워
조정위, 세입자 거부 시 상정조차 불가
차임증감권도 법정 소요 비용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관련 조항에 대해 해설서를 배포하면서 각종 쟁점에 대한 해석을 내놨다. 가장 큰 논란이 되는 ‘5% 인상 가능’ 여부와 관련해 정부는 “가능하다”는 설명을 거듭 내고 있지만, 세입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허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5% 인상’ 방안이 대부분 강제성이 없거나 시간이 오래 걸려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29일 법무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임대차 제도와 관련한 각종 쟁점 사항을 정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서를 온라인으로 배포하면서 ‘5% 상한 내’ 증액분에 대한 분쟁 발생 시 해결 방안에 대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차임증감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월세상한제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시 5%를 초과하는 임대료 인상이 불가능해지는데, 이 범위 내에서도 세입자가 거부할 경우 인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 것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정부의 설명과 달리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임대료 인상과 관련해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의 협의가 우선이 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해설서에서 ‘5% 상한’의 의미와 관련해 “5%는 임대료를 증액할 수 있는 상한일 뿐, 임대인과 임차인은 그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협의를 통해 임대료를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5% 상한’ 내에서라도 임차인이 반대할 경우 한 푼도 올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분쟁조정위원회와 차임증감청구권 행사 등을 통해 집주인이 충분히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분쟁조정위원회의 경우 애초에 세입자가 반대하면 조정 안건으로 상정할 수조차 없다. 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임대차 분쟁 시 최우선 대응 방안으로 내세운 분쟁조정위의 경우 현행 규정상 세입자가 분쟁조정위 조정 절차를 거부하면 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설득을 거쳐 가까스로 조정 절차에 들어가 조정안이 나오더라도 세입자가 이를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임차인·임대인의 상식적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제도적 허점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임대사업자들이 관련 내용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부에 문의하자 “(5% 내 인상 거부를 이유로) 재계약을 거절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차임증감청구권 행사는 어떨까. 이 역시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평가다. 주임법에 따르면 차임증감청구권에 따라 집주인은 계약 후 4년차에 접어들기 전까지 임대료를 1년에 한 번씩 5%, 최대 세 번까지 인상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차임증감청구권이 집주인 의사대로 인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위기다.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인 데다 소요되는 기간·비용을 감안하면 집주인의 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2년 기간을 두고 맺어지는 임대차 계약에서 ‘5%’ 인상을 위해 1년 이상 소요되는 법정 공방을 진행할 집주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크다.

최광석 로티스 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협의가 안 되면 법정에 가야 하는데, 소송 비용과 재판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차임증감청구는 상가나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사문화됐다”고 말했다. 정수호 르네상스 대표 변호사 또한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환경 변화도 인정받지 못한 판례가 있을 정도로 법원은 차임증감 사유를 좁게 판단하고 있다”며 집주인 승소 가능성을 낮게 판단했다.

정부는 해설서를 통해 심지어 ‘5% 상한’을 넘어서는 계약 갱신도 가능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5% 상한에 해당하지 않아 그 이상의 협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경우 5%를 초과하는 범위의 인상분은 ‘무효 ’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세입자가 청구권을 사용했는지, 아닌지에 대한 해석 조차도 세입자 편의에 맞춰 정해졌다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의 행사 방법은 제한이 없다. 가급적 “내용증명 우편 등 증거를 남기는 것이 안전하다”고는 했지만, 증거가 남지 않는 구두 통보를 비롯해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모든 방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5% 이상 인상 합의를 하더라도 세입자가 ‘동의한 적 없다’고 발을 빼거나 ‘사실은 청구권 행사를 했다’고 말을 바꿔도 별다른 대응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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