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부장검사 등 검찰 중간 간부 인사 발표일인 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육탄압색’ 논란을 감찰해 오던 서울고검 감찰부가 27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따라 대거 물갈이됐다. 게다가 당사자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승진과 동시에 지방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와 한동훈 검사장 사이 ‘몸싸움’ 논란에 대한 감찰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부장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진행하던 서울고검 감찰부 검사 6명 가운데 5명이 지방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진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으로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 따라 대구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또 감찰부 소속 검사들도 전주지검, 울산지검, 부산지검, 청주지검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서울고검 감찰부에 남은 건 가장 기수가 낮은 검사 1명뿐으로 알려졌다. 서울고검 감찰부 6명 중 1명을 제외하고 지방행(行)이 결정되면서 사실상 부서가 해체된 셈이다. 반면 육탄압색의 당사자인 정 형사1부장은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이동했다. 이는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이유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치된 한 검사장과는 다소 반대되는 모습이다. 법무부는 앞서 6월 25일 한 검사장을 기존 부산고검 차장검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수사 중이라 일선의 수사 지휘 직무수행이 곤란하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게 당시 법무부 설명이다.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한동훈 검사장과 ‘육탄전’까지 벌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27일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연합뉴스
법조계 안팎에서는 감찰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뤄진 중간 간부 인사가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감찰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감찰부 검사들을 대거 지방으로 발령낸 탓이다. 게다가 정 부장검사가 차장검사로 승진하면서 광주지검으로 이동하는 터라 거리상 소환 등 조사도 쉽지 않다. 특히 서울고검 감찰부가 최근 정 부장검사를 피의자로 전환하고 정식 입건한 상태라 이번 인사가 ‘감찰을 진행하지 말라는 윗선의 신호가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좌천성 인사가 감찰을 하게 되면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의 시장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시작했다. 당시 몸싸움이 있었다. 이에 한 검사장은 지난달 29일 정 부장을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하고, 서울고검에 감찰을 요청하는 진정을 접수한 바 있다. 이후 서울고검 감찰부는 진정 접수 다음날에 한 검사장을 진정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등 즉각 감찰에 착수했다.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법무부는 지난 27일 발표한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및 평검사 등 630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오는 9월 3일자로 단행한다. /연합뉴스
한 검찰 관계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 조치인 건 사실”이라며 “새로 꾸려진 감찰부가 사건 내용을 다시 살펴보는 데만도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다 감찰 대상자가 지방 검찰청으로 자리를 옮긴 터라 감찰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 따라 감찰 완료 시기가 한층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해당 사건을 잘 알고 있는 한 검찰 관계자도 “전례를 봐야 하지만, 이번 인사 조치가 (합당하다는 데) 동의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