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반도체 '초격차'.. 30조원 들인 '평택2라인' 본격 가동

EUV기반의 3세대 10나노급 LPDDR5 D램 양산 시작
평택1라인에 이어 2라인 또한 30조원 투입 전망
'위기일수록 투자하라' 이부회장의 의지 엿볼 수 있어
삼성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향후 투자의 변수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삼성전자(005930)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와중에 반도체 공장 추가 가동에 나서며 ‘초격차’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는 투자를 통해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갔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라인에서는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3세대 10나노급(1z)’ LPDDR5 모바일 D램이 양산된다. 이를 통해 D램 시장의 압도적 1위인 삼성전자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이번 평택 2라인은 연면적이 12만8,900㎡(축구장 16개 크기)에 달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이다. 삼성전자는 D램 양산을 시작으로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으로 만들기 위해 추가 투자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평택 2라인 투자규모는 30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2라인에 지난 5월 EUV 기반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착공했으며 6월에는 첨단 V낸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낸드플래시 생산라인도 착공했다. 해당 라인 모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평택캠퍼스 조성 작업을 시작했으며 1라인은 2017년 6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평택 1라인 투자 규모도 30조원 가량이다.


평택 2라인에서 이번에 출하된 16Gb(기가비트) LPDDR5 모바일 D램은 메모리 양산제품으로는 처음으로 EUV 공정이 적용됐다. 역대 최대 용량과 최고 속도를 동시에 구현한 업계 최초의 3세대 10나노(1z) LPDDR5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2세대 10나노급(1y) 공정으로 역대 최대 용량의 16GB(기가바이트) LPDDR5 D램을 양산한 지 6개월 만에 차세대 1z 공정까지 프리미엄 모바일 D램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번 제품은 기존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12Gb 모바일 D램(LPDDR5) 대비 16% 가량 빠른 속도 구현이 가능하다. 16Gb LPDDR5 모바일 D램은 8개의 칩만으로 16GB 제품을 구성할 수 있어 기존 제품 대비 30% 더 얇게 패키지를 만들 수 있다. 모바일 기기의 두께와 무게가 경쟁 포인트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사업자들의 수요가 상당할 전망이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 부사장은 “이번 1z나노 16Gb LPDDR5는 역대 최고 개발 난도를 극복하고 미세공정 한계 돌파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제품”이라며 “프리미엄 D램 라인업을 지속 확대해 고객 요구에 더욱 빠르게 대응하고 메모리 시장 확대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평택 2라인 가동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에 주목한다. 이 부회장은 인공지능, 5G, 자율주행용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를 이루기 위해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인 차세대 ‘EUV 기술’ 연구를 직접 챙겨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 당시 세계최초 EUV 전용 생산시설인 ‘V1라인’ 건설 현장을 직접 찾은데 이어 올초에는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연구소 및 생산라인을 방문해 ‘EUV 기술’ 개발 현황과 라인 가동 상황을 점검한 바 있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8월 평택2라인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다만 이 같은 삼성 특유의 초격차 행보가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 특유의 오너 경영에 제약이 생길 경우, 수십조원의 선제 투자 등 과감한 경영판단이 중요한 반도체 시장에서 자칫 낙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CXMT(D램 업체)와 YMTC(낸드 업체) 등이 반도체 양산을 공언하며 ‘차이나 굴기’를 시도 중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사법 리스크로 삼성 실적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도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는 한층 속도가 붙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화성사업장에서 진행된 반도체 연구소 간담회에서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달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점검 당시에는 “포스트 코로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끊임없이 혁신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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