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를 꿈꾸는 A학생은 올해 대입에서 실제 경기 없이 드리블, 슛 동작 등 개인 기량 평가만으로 실기 시험을 본다. 성악 전공을 희망하는 B학생은 교수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대신 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면접을 진행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올해 대학 입학 전형이 급변하고 있다. 수시 평가를 한 달 앞두고 전국 4년제 대학 198곳 중 절반이 넘는 101곳이 대입전형 변경 계획을 발표했는데 예체능 계열을 중심으로 변동 폭이 커 수험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변경사항을 30일 발표했다. 대교협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관련, 대입전형 변경을 신청해 승인받은 대학은 총 101개 대학이다. 4년제 대학 전체 198개의 51%에 달한다. 대교협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대학별 시행계획 변경을 승인했다”며 “수험생은 원서접수 전 대학별 모집요강과 공지사항을 통해 지원대학의 대학입학전형 변경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전 대입과 비교해 예체능 계열의 변경사항이 두드러진다. 대교협에 따르면 명지대는 운동선수를 뽑는 수시 실기우수자 전형에서 축구·농구·배구 모두 수험생들이 실제 단체 게임을 하는 경기력 평가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본 체력 측정과 함께 축구의 경우 드리블과 킥 능력 등 개별 평가를 통해 선수를 선발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고 실제 경기를 진행하기 힘들어 궁여지책으로 실기 평가 방식을 바꾼 것이다.
28일 졸업사진 촬영을 위한 가운대여행사가 열린 서대문구 연세대가 졸업생과 가족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음대 수시 평가는 비말 감염 우려에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었다. 대교협에 따르면 연세대는 성악과·피아노과·관현악과 등 예체능계열 실기시험을 대면평가에서 동영상 평가 전형으로 변경했다. 수험생이 영상을 촬영해 정해진 기간에 업로드하면 교수들이 보고 실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예체능계열 대학들은 코로나19로 수험생들이 실기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각종 대회가 올해 열리지 않은 점을 감안해 대회실적 인정 범위를 변경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대입 전형 변경이 수험생들의 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체능 계열 외에도 학생부·논술과 같이 인문·자연계 학생들이 진학하는 전형도 면접과 필기시험 일정이 바뀌어 오는 9월23일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수험생들은 대입 계획을 새로 짜야 할 판이다. 대표적으로 연세대는 논술고사를 기존 10월10일에서 12월3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인 12월7~8일로 연기했는데 결과적으로 수능 직후 서울 주요 대학들의 시험 일정이 몰리게 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하늘교육 대표는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혼란이 불가피해졌다”며 “수능 전 논술 시험을 준비했던 학생들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점도 문제다. 예체능 계열의 경우 비대면 전환 등 급조한 실기 평가 방식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학이 지난 1학기 비대면으로 교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함께 모여 문제를 풀거나 답안을 공유하는 등의 부정행위가 사례가 나타났는데 경쟁이 더 심한 수시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