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213500)가 유럽 감열지 시장 공략을 위해 전략적으로 인수했던 자회사들을 모두 정리했다. 매출 3조원 달성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였지만 되레 적자가 이어지면서 결국 손실 감수하고 재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최근 네덜란드 자회사 텔롤(Terol) 관련 지분을 190억원에 처분했다. 한솔제지와 한솔제지아메리카가 각각 지분 50%씩 보유한 회사로 라벨지 가공·유통 업체다. 인수자는 네덜란드 최대 라벨지 업체인 옵티멈그룹이다. 텔롤과 자회사인 콜리브리(Kolibri), 바이오라벨(Biolabel)도 함께 팔았다.
한솔제지는 세계 최대 감열지 수요처로 꼽히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2013년 한솔덴마크(Hansol Denmark ApS)를 설립했다. 이후 2014년 텔롤, 2015년 독일 알앤에스(R+S Group)를 각각 사들였다. 계열사의 재고와 판매망 관리를 전담하는 한솔유럽도 세웠다. 한솔덴마크는 감열지 가공 유통업체 샤데스(Schades)를 인수했다.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고급 포장 라벨이나 바코드 등에 사용되는 감열 라벨, 택배용 라벨 등 고부가가치제품 시장을 공략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텔롤은 인수 2년 차인 2015년 34억원, 이듬해 4억원의 이익을 끝으로 2017~2019년 165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현재 텔롤은 자본잠식 상태다. 이번 매각가는 보유 자산 장부가(223억원)보다 낮다.
한솔제지는 텔롤뿐 아니라 이미 한솔덴마크 ApS와 독일 R+S그룹, 샤데스 등을 올해 4월 현지 사모펀드에 팔았다. 반기 보고서를 보면 해당 자산들 매각으로 약 16억원의 분기 순손실을 본 것으로 나온다.
한솔제지는 2015년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2020년까지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며 핵심 사업군으로 유럽 자회사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장전략을 수립한 지 5년 만에 실패한 셈이다.
물론 한솔제지의 올해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다. 해외 자회사 정리도 수익성에는 긍정적이다. 한솔제지의 올해 반기 매출액은 7,77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8%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744억원으로 73.8% 급증했다. 펄프 원재료 가격이 15% 가까이 하락한 것이 비결이다. 박하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가 펄프 투입이 이어지면서 매출 감소에도 수익성 개선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강도원·이상훈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