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마다 ‘예대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미 폭증한 대출에 대해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까지 유예해주면서 부담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제로금리 상황까지 겹쳐 은행 예금마저 감소세로 돌아서자 일부 은행의 예대율은 규제수준인 100%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2·4분기 예대율은 100.4%를 기록한 데 이어 줄곧 10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우리은행은 99.07%로 규제수준에 근접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98.5%, 97.6%로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그나마 대출 규모가 크지 않은 NH농협은행이 93.4%로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의 가중치를 15%포인트 높이고 기업대출은 1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라는 취지였지만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피해가 커지자 이를 내년 6월 말까지 유예했다.
그럼에도 ‘코로나 대출’이 폭증세를 보이고 신용대출까지 가세하면서 은행권의 예대율은 고공행진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의 예대율은 94.1% 수준이었지만 코로나 대출이 본격화한 1·4분기 98.3%로 올라선 후 2·4분기에는 100%를 넘어섰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4.0%포인트, 하나은행은 3.1%포인트 상승했고 안정권인 농협은행마저도 4.5%포인트 급등했다. 예대율은 은행이 보유한 예금에 비해 대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만 해도 은행들은 예대율 규제 강화에 대비해 수신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제로금리 상황에서 은행 예·적금의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진데다 부동산 시장 광풍과 동학개미운동으로 부동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수신 규모가 크게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중 수시입출식예금·정기예금 등 은행수신은 17조3,0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6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을 보면 한 달 동안 정기예금에서만 10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분모에 해당하는 예수금 잔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행들로서는 분자에 해당하는 대출 총량을 조이는 것 외에 예대율을 관리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 지침상 의무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소상공인 대출을 축소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전세자금 대출과 신용대출·기타대출 등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주요 은행별로 소호대출과 우량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 완화가 한시적이라는 점에서 무턱대고 대출을 늘릴 수도 없다”며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에 예민한 당국 입장에 맞춰 가계대출 자산을 조정하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