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최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 책 표지./토마 피케티 트위터 캡처
세계적인 정치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최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중국의 빈부격차를 서술한 내용을 삭제해달라는 중국 출판사의 요구를 거부해 현지 출판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3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피케티 교수는 매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 측 출판사인 시틱출판그룹을 통해 중국의 불평등을 서술한 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구받았다며 “나는 이런 조건을 거부했다. 현재로서는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중국에서 출판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케티 교수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불평등의 기원이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있음을 역사적으로 논증하며 급속도로 심화하고 있는 불평등을 바로잡을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SCMP에 따르면 피케티 교수는 책에서 중국 내 부(富)의 분배에 대한 공식 자료가 부족하고 중국 정부가 사회적 불평등을 용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8년 현재 중국의 상위 10% 부자가 중국 전체 부의 70% 가까이 차지해 불평등 정도가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중국의 사회주의 정치 체제와 고도로 불평등한 경제 상황이 매우 모순적임을 꼬집었다.
시틱출판그룹 측은 ‘자본과 이데올로기’의 출간을 두고 피케티 교수와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SCMP는 “피케티 교수의 첫 저서인 ‘21세기 자본론’은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호평을 받았을지 몰라도 중국 내 불평등을 비판한 부분의 검열 요구를 거부한 최신작은 출간이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에서 출간하기 위해서는 검열을 반드시 거쳐야 할 때가 있다며 중국 공산당이 최근에는 전자책(e-book)에 대해서도 강력한 통제를 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앞서 피케티가 2013년 내놓은 ‘21세기 자본론’은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 연설에서 ‘21세기 자본론’을 인용하며 미국과 유럽의 불평등 심화를 비판한 데 이어 올해 추천 도서 목록에도 ‘햄릿’ ‘공산당선언’ 등과 함께 포함했다. 이를 두고 피케티 교수도 “흥미롭다”면서도 “지금 정말 슬픈 것은 아직도 내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검열 탓에 중국에서 출판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