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말 경기 한 신도시에서 아파트를 구입해 전세를 내준 A 씨. 이후 지난해 9월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했고 올해 재계약을 앞둔 상태다. 입주 초 전세를 준 점을 감안해 싼 전셋값으로 집을 빌려줬던 A 씨는 이번 계약에서는 주변 시세에 맞춰 전셋값을 2억원 가량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28일 공개된 정부의 주택임대차법 해설서에 따르면 A씨는 기존 전세금의 5%만 올릴 수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 후 맺는 ‘첫 계약’이지만 정부는 ‘갱신 계약’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임대차법 해설서 발간 후 주택임대사업자들이 ‘최초임대료’ 기준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에 따라 임대사업자는 사업자 등록 후 첫 계약을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최초 계약’이라고 판단해 왔는데, 갑자기 정부 해석이 바뀌면서 심각한 재산상 손해를 맞게 됐다는 불만이다. 특히 특별법인 민특법과 일반법인 임대차보호법이 충돌하면 특별법이 우선 적용돼야 하는데도 정부가 무리한 해석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임대사업자들 “아전인수격 법 적용”>
31일 업계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들은 국토교통부·법무부의 임대차법 해설서 발간 후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온라인으로 배포된 해설서에는 기존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의 상한제 적용 여부에 대해 “민특법 상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청구권)이 배제되지 않고 있으므로 임대료 인상률 상한 5%가 적용된다”고 적시돼 있다.
논란은 ‘최초 임대료’의 개념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임대차3법 시행에 따라 임대차 계약이 갱신될 때는 5% 상한 규제를 받지만, 갱신이 아닌 ‘최초 계약’인 경우에는 상한선이 없다. 임대사업자들은 기존 세입자 여부와 관계 없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이후 맺는 첫 계약에서의 임대료를 ‘최초 임대료’라고 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와 관계 없이 기존 임대차 계약이 있었다면 갱신 계약이고 5% 상한 제한에 걸린다는 설명이다.
현행 민특법도 정부 주장과 같은 취지로 개정돼 지난해 10월 24일부터 시행 중이다. 문제는 개정 법률 시행 전인 10월 23일 이전 등록한 임대사업자의 경우 정부가 ‘소급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지난해 10월 23일 전 등록한 임대사업자는 기존 세입자가 있었는지와 관계없이 등록 후 첫 계약은 5% 상한 적용을 받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법제처가 지난해 “임대주택 등록 후 처음 계약하는 경우가 ‘최초 임대료’”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임대사업자들은 이를 근거로 일반법보다 우선 시행되는 민특법 해석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임대사업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일반법이 특별법보다 우선하는 최초 사례를 만드나”라는 글을 올리면서 “아전인수격으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려 한다. 당장 철회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입주 초기 신도시에 투자한 임대사업자들의 경우 인프라 부족 등으로 초기 임대료를 낮게 책정한 상태라 현 시점의 시세에 맞춰 임대료를 정상화하지 못하면 수 억 원씩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문제없다. 법조계 위헌>
국토부는 일부 해석상 충돌이 있는 건 인정하지만, 이번 해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특법 3조에 보면 민특법에서 특별히 정하지 않는 사항은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다른 법령을 따르도록 돼 있다”며 “기존 민특법에서 계약갱신청구권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지 않았던 만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해석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 주장이 사실상 기존 제도에 대한 소급 적용과 마찬가지라며 위헌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대한변협 대변인을 지낸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는 “형식적 논리를 들어 기존에 제도적으로 인정했던 권리를 사실상 소급해 침해하는 것으로 ‘실질적 법치주의’의 문제가 있다”며 “기존 임대사업자의 재산권을 소급에 의해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