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만든 중고거래 호황…VC도 앞다퉈 플랫폼 투자

소비 위축에 리셀문화 보편화
중고명품 플랫폼 '엑스클로젯'
카카오·신한캐피탈 투자 유치
번개장터·당근마켓도 돈 몰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중고거래가 급증하면서 벤처캐피탈(VC)들도 중고거래 플랫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셀(재판매)’을 통한 재테크와 중고품 거래를 일종의 놀이로 인식하는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수요를 받치고 있는 데다 불황에 리폼이나 중고품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1일 VC업계 등에 따르면 세컨핸즈가 운영하는 중고 명품 온라인 플랫폼인 엑스클로젯이 카카오의 투자 전문회사인 카카오벤처스를 비롯해 신한캐피탈, 씨엔티테크, 퓨처플레이 등으로부터 프리 시리즈 A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구체적인 투자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1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엑스클로젯은 딥러닝 기반의 상품 인식 기술과 자체 개발한 상품 밸류에이션 모델을 활용해, 명품의 진품 여부와 중고 매입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중고 시장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엑스클로젯은 명품 소비의 큰손으로 새롭게 떠오른 10대를 비롯해 기존 소비자였던 2030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투자를 리드한 장승룡 카카오벤처스의 팀장은 “세컨핸즈는 자체 보유한 기술력과 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기반으로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중고 명품 시장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국내 중고 명품 시장에서 가장 신뢰받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거래액이 가장 많은 중고 플랫폼 번개장터 역시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베이스인베스트먼트-에스투엘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으로부터 지난 3월 5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연간 거래액이 1조 원에 달하는 데다 사용자의 80% 가량이 소비의 핵심 계층을 떠오른 MZ세대라는 점이 대규모 투자금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최재화 번개장터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소비의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는 시기로 예전에는 아끼기 위한 중고거래가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소유보다는 경험과 사용을 우선시하는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와 자신만의 가치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가치소비 성향이 중고거래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는 지금보다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중고거래 시장이 지금보다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투자 업계에서도 이를 중요한 트렌드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동네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역시 지난 해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털,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당근마켓의 작년 거래액은 7,00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월 이용자 수가 700만에 달하는 등 거래액이 훨씬 더 증가할 전망이다. 중고나라는 중고 플랫폼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최대 몸값을 부르며 매각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중고 플랫폼) 이용자와 거래액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진화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도입 등으로 중고거래에 대한 신뢰도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지면서 중고품 거래 플랫폼의 밸류 역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고거래 시장이 뜨고 있어서 VC들이 미리 중고거래 플랫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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