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가운데)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수사한 지 무려 1년10개월 만에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자 재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여겨졌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나 전문가 의견수렴 같은 공식적이고 합리적인 절차가 결국 기소를 향한 검찰의 행보를 막을 수 없었기에 ‘허탈하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1일 이 부회장 기소 소식에 대해 “검찰이 내린 결론에 맞추기 위해 수사를 밀어붙이다 결국 하나만 취하고 열은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10대 그룹 관계자는 “마음만 먹으면 어떤 기업이든 뿌리부터 흔들 수 있는 검찰 권력이 두렵다”며 “이 부회장 기소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고 극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국가 경제를 고려해 기소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날 접촉한 주요 기업과 재계 단체들은 서울경제에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거절하면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이 부회장이 기소돼 삼성그룹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해 총수와 경영진의 노력과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에 틀림이 없다”며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깡그리 무시하면서까지 기소를 한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처리 문제 등으로 수사를 받아온 이 부회장 등에 대한 불기소와 수사 중단을 검찰에 권고했다. 당시 판단에 참여한 13명의 위원 가운데 10명이 불기소 권고에 힘을 보탰다.
한편 5월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방침과 자녀에게 기업 승계 포기 등을 선언하는 데 영향을 끼친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설립 당시 약속한 역할을 수행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준법위 관계자는 “대내외적 여건과 관계없이 맡은 임무를 성실히 이어나갈 것”이라며 다음달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정기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