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오! 문희' 느리고 촌스러…워메? 그게 우리 문희의 매력인걸

/사진=CGV 아트하우스

수사극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느리고 촌스럽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랑스러운 우리 문희….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우직하게 그들의 방식으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오! 문희’는 충청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불같은 성격을 지닌 보험회사 조사관 두원(이희준)에게는 하나뿐인 엄니 문희(나문희)와 목숨과도 같은 딸 보미가 있다. 추석 연휴에 유흥을 즐기러 간 두원이 외출한 사이 그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딸 보미가 뺑소니 사고를 당한 것.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는 치매에 걸린 엄니와 반려견 앵자 뿐이다. 보미는 의식 불명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있고, 경찰 수사도 진전이 없다. 여기서 예기치 못한 순간 문희가 뜻밖의 단서를 기억해내고, 두원은 엄니와 힘을 합쳐 직접 뺑소니범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영화는 딸의 뺑소니범을 추적해나가는 단순한 구성이다. 여기에 어디 하나 완벽한 구석이 없는 캐릭터들과 충청도 특유의 분위기를 담아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배경이 되는 충청도 시골마을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배우들 모두 충청도 특유의 느린 사투리를 써 정감 있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웃음 포인트들도 빵빵 터지지는 않지만, 충청도스럽게 느릿느릿 터진다.

특히 사회 소외 계층인 노인, 치매 환자를 영화의 전면으로 내세운 점은 주목할 만하다. 웃음으로 치부될 수 있는 문희 캐릭터를 소모적으로 그리지 않고,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주체적인 캐릭터로 표현했다. 온전치 않은 정신상태로 기억의 퍼즐 조각 맞춰나가는 문희의 간절한 마음이 오롯이 전달돼 뭉클하게 만든다. 다소 현실성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모자(母子)의 수사는 단순한 추적 그 이상을 의미한다.


애증의 모자 관계는 신파가 아닌 유쾌하게 그려진다. 뺑소니범을 찾아가면서 밝혀지는 모자의 사연은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를 향한 오해와 미움, 원망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진심을 알아간다.

/사진=CGV 아트하우스

다만 수사극이지만 날카로운 추리와 반전, 속도감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날로그적 수사는 예측 가능한 만큼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여기에 최면 수사, 멧돼지 출몰, 갑자기 튀어나오는 외국인 며느리 등 담고자 하는 이야기가 많아 자칫 과하다 싶을 수도 있다.

일차원적인 이야기를 풍성하게 메우는 것은 배우들의 힘이다. 치매 할머니로 분한 나문희는 59년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 말투, 손끝 처리까지 완벽하다. 데뷔 이래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하며 나문희는 뛰고, 구르고, 나무에 올라가고 트랙터까지 직접 몬다. 결정적 순간에 통쾌한 한방을 선사하는 것도 나문희의 힘이다.

이희준은 대선배 나문희와 대적할만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금쪽같은 새끼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부성애와 어머니를 향한 어설픈 효심까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아들이자 아버지를 투박하게 표현해냈다. 울다가, 분노했다가, 기뻤다가 다양한 감정을 균형 있게 표현하며 생활연기의 압권을 보여준다.

2일 개봉.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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