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계 투자자 메이플트리가 한국 오피스 시장에서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간 주로 한국에서 물류센터 투자에 집중해온 메이플트리가 최근 강남 더피나클타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여기에 중국·홍콩·일본 등 동북 아시아 지역 오피스·리테일 등에 주로 투자해온 메이플트리의 리츠도 한국 오피스 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향후 메이플트리와 같은 싱가포르 부동산 회사들이 운용하는 리츠의 한국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상장 리츠의 해외 자산 편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류센터에 이어 오피스 리츠도 한국 투자 가능해진 ‘메이플트리’
메이플트리의 물류센터 리츠 MLT가 투자한 한국 물류센터 /사진=MLT 홈페이지
메이플트리라는 이름은 부동산금융 업계에서 낯설지 않습니다. 그간 한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도 주로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다수의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메이플트리는 지금까지 ‘메이플트리 로지스틱스 트러스트(MLT)’라는 물류센터 리츠를 통해 한국에서 총 13개의 물류센터에 투자했습니다. 물류센터 투자 시장의 대표적인 큰 손 중 하나였죠. 그런 메이플트리가 몇 년 전부터 한국 오피스 시장에도 큰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18년 입찰이 진행된 광화문 옛 금호아시아나빌딩(현 콘코디언 빌딩)을 시작으로 강남 N타워, 삼성물산 서초사옥 입찰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오피스 시장에 뛰어들었는데요. 이후 몇 차례 서울 오피스 매입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끝에 이번에 마침내 더피나클타워의 우협으로 선정됐습니다. 지금까지 메이플트리의 한국 오피스 투자를 주도했던 곳은 메이플트리 상장 리츠의 스폰서인 메이플트리 인베스트먼트 PTE 입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닙니다. 향후 메이플트리의 한국 오피스 시장 투자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피나클타워의 경우 메이플트리 고유계정을 통해 투자할 예정인데요. 앞으로는 리츠를 활용한 한국 오피스 투자도 적극적으로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오피스와 리테일에 주로 투자해온 ‘메이플트리 노스 아시아 커머셜 트러스트(MNACT)’가 지난해 한국을 찾아 외국계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와 만나 오피스 투자 대상을 물색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MNACT가 투자한 자산은 일본(8개), 중국(2개), 홍콩(1개) 등 총 11개 입니다. 여기에 앞으로는 한국 오피스도 주요 투자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MNACT가 일본 치바시에 투자한 자산 /사진=MNACT 홈페이지
韓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큰손 싱가포르계 투자자
지난해 케펠 리츠가 투자한 서울역 인근 T타워 /사진=케펠 리츠 홈페이지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 상장된 리츠가 한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건 MNACT가 처음은 아닙니다. 케펠 리츠가 지난해 서울역 인근 T타워에 투자한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해 캐피탈랜드가 아센다스-싱브리지를 인수하면서 캐피탈랜드의 호텔 리츠인 애스콧 레지던스 트러스트에 합병된 아센다스 호스피탈리티 트러스트도 KY헤리티지호텔(현 소테츠 호텔즈 더 스프라지르 서울 동대문)과 이비스 앰배서더 인사동 등 2개 호텔에 투자를 했었죠.
또 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인 ARA코리아의 경우 SGX에 상장된 리츠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리츠 인가를 받아 오피스 투자를 해왔죠. 이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싱가포르계 투자자들이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갖고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지난 2016년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각 당시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를 비롯해 캐피탈랜드, 아센다스, ARA 등이 동시에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죠. 이중 GIC의 경우 IMF 이후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열리던 초창기부터 한국에 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GIC는 서울 오피스 시장의 대표적인 프라임 오피스인 서울파이낸스센터(SFC)와 강남파이낸스센터(GFC)를 20여년간 소유하고 있죠. 이외에도 옛 금호아시아나빌딩(현 콘코디언빌딩)을 비롯해 물류센터, 임대주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산에 투자했습니다. 알파인베스트먼트도 서울스퀘어·종로타워 등 다수의 자산에 투자를 해왔습니다.
싱가포르 투자자들의 전체 한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싱가포르 상장 리츠의 한국 투자는 많지 않았는데요. 앞으로 MLT나 MNACT, 케펠리츠와 같이 SGX에 상장된 리츠들도 한국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좁은 국토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다양한 자산을 상장시키기 위해 리츠의 해외 자산 편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GX에 따르면 싱가포르 리츠는 중국(10개), 일본(7개), 말레이시아(6개), 한국(4개), 인도네시아(3개), 홍콩, 베트남(2개), 인도, 필리핀(1개) 등 아시아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호주·유럽·미국 등에서도 활발하게 자산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싱가포르 리츠의 80% 이상이 호주·중국·유럽 등 해외 자산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지스자산운용이 준비 중인 리츠가 SGX에 상장되면 싱가포르 상장 리츠의 한국 투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겠죠. 참고로 이지스운용이 싱가포르에 설립하는 리츠 AMC 대표를 맡게 될 백경욱 상무는 지난달 말 싱가포르로 출국했습니다. 이지스운용의 싱가포르 리츠 상장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