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르헨티나와 중국의 양돈업 관련 협정에 반대하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돼지고기 수입을 위해 현지 양돈업에 투자하려던 중국의 계획이 아르헨티나 환경단체와 동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혔다.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매체 바에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이날로 예정됐던 중국과의 양돈업 협력 관련 양해각서 체결을 11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전날 트위터에 “중국과의 양해각서에 환경과 천연자원, 생물보안 보장을 위한 조항을 추가했다”며 “이에 따라 양해각서 서명은 11월로 미뤄졌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7월 중국의 38억달러 규모의 양돈업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아르헨티나에 농장 25곳을 새로 만들어 앞으로 4년간 총 90만t의 돼지고기를 생산, 중국에 수출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 등으로 자국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가 힘들어진 상황이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돼지 농가 1,5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5%가 감염병 우려로 돼지 사육을 접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도 연간 25억달러의 돼지고기 수출과 9,5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중국의 투자를 환영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산업화된 대규모 농장이 동물 매개 감염병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감염병 우려 등을 근거로 중국의 투자계획에 반대하는 여러 건의 청원이 올라와 20만 명가량이 서명했으며, 이와 별도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20만 명의 반대 서명이 정부에 전달됐다. 생물학자 기예르모 폴게라는 가디언에 “중국이 돼지고기 생산지를 해외로 옮김으로써 또 다른 감염병 발병의 위험을 ‘아웃소싱’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일단 양해각서 수정과 서명 연기를 결정했지만 결론이 나기까지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통령궁 앞에서는 동물보호 운동가 등 수백 명이 돼지 가면 등을 쓰고 중국 투자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