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날씨의 인간’이 일하는 방법


기획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대표이사가 그러자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웃기지 마라. 그 순간은 있었다. 당신이 선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 많은 순간에, 당신은 분명히 당신의 선택을 하고 있었다. 성공캠페인은 어찌나 자기가 했다는 사람이 많은지 코미디가 따로 없을 정도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즉 일이 잘 안 됐을 때는 모두가 남 탓을 하느라 바쁠 정도다. 이를 악물고 나를 탓해야 한다. 멋있는 사람으로 보이려고? 아니다. 남을 바꿀 수 없으니까. 기껏해야 나를 바꿀 수 있을 뿐이니까. (…) 내가 가진 것으로 어디까지가 최선인지, 그것은 햇살과 눈보라가 아니라 나에게 달려 있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투덜대지 않고, 변화무쌍한 날씨에 꼭 맞는 최선을 찾는 카피라이터. 나는 그를 ‘날씨의 인간’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원흥,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2020년 좋은습관연구소 펴냄)


28년차 카피라이터 이원흥은 ‘날씨의 인간’이다. 브랜드가 바뀌고 소비자의 기호가 바뀌고 일의 비용과 규모, 의뢰인이 날씨처럼 수시로 바뀌는 광고업계의 첨병에서 그는 타인의 마음을 흔들 한 줄을 찾아 우직하게 일해왔다. 그 세월 동안 어떤 일은 성공했고 때로는 좌충우돌했을 것이다. 그런데 일이 크게 성공하면 자기 공이라 말하며 자축하는 사람은 바글거렸지만 실패했을 때 온전히 자신의 선택과 결정 때문이었다며 자책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껏 요만큼이고, 제 역할 또한 여기까지라고 한정지어버리는 사람은 영원한 아마추어다. 그러나 자신이 설혹 어떤 일의 최고결정권자가 아닐지라도 모든 결정과 설득의 순간에 자기가 있었다고 믿고 복기하는 사람은 프로다. 프로는 매일의 날씨에 얼굴 찌푸리며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하지 않는다. 순간의 날씨에 영향받지 않고, 스스로 일의 기후를 만들어내고 계절이 돼버리는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을 프로라고 부른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