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업체인 티몬이 사모펀드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는다. 매각을 접고 상장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티몬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1위 유통기업인 롯데그룹과 매각 협상을 시작했지만 결국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티몬의 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프리IPO 방식으로 4,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운용사인 PS얼라이언스(PSA)는 티몬의 모회사인 몬스터홀딩스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에 참여한다.
KKR과 앵커에쿼티는 지난 2015년 그루폰으로부터 티몬 지분 59%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획득했다. 당시 기업가치(EV)를 7억8,200만달러(8,600억원)로 책정했다. 현재 KKR과 앵커에쿼티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 98.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꾸리고 3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롯데쇼핑(023530)과 지난해 말부터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롯데가 올해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을 시작하면서 매각이 잠정 중단됐다. 매각이 차질을 빚자 KKR과 앵커에쿼티가 매각에서 기업공개(IPO)로 선회했다. 더욱이 최근 협상을 진두지휘해오던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이 전격 퇴진한 게 전환점이 된 셈이다.
자본확충으로 상장을 취한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몬스터홀딩스는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티몬의 자본확충에 쓸 예정이다.
우선 4,000억원의 자본이 수혈되면서 티몬은 부채 부담 없이 자본결손 문제를 대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재무제표상 매출액도 거래액이 아닌 수수료 기준으로 바꾸면서 매출금액도 대폭 줄여 놓은 상황. 올해 2·4분기엔 순이용자 규모로 위메프를 제치고 업계 5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티몬은 지난 4월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뒤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4,000억원을 투자하는 재무적 투자자(FI)인 PSA도 중견 PE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PSA는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풍성그룹의 자회사로 2012년 설립됐다. 올해 초 교직원공제회와 글랜우드PE를 거친 조영민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재정비 한 뒤 단행한 첫 투자가 티몬이다. 해외 사모펀드(PEF)인 KKR과 앵커PE가 국내 PE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은 PSA가 처음이다.
이번 티몬 투자는 목표 수익률도 15%에 육박해 벌써 기관투자자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PO 이후 매각이 재개될 경우 동반매각청구권(Drag-along)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통로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몬이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처음으로 상장에 성공할 경우 투자금도 바로 회수할 수 있다.
/조윤희·김상훈 기자 cho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