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환 강원대 지리교육과 교수 겸 강원대DMZ헬프센터장.
“한반도 분단 상황이나 비무장지대(DMZ)를 이야기할 때 ‘휴전선 155마일’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됩니다. 이는 잘못된 정보입니다. 휴전선은 155마일이 아니라 148마일입니다.”
김창환(사진) 강원대 지리교육과 교수(DMZ헬프센터장)는 그동안 우리가 반세기 넘게 155마일(249㎞)이라고 알고 있는 휴전선 길이에 대한 정보수정 요구를 10여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 DMZ 전문가인 그가 주장하는 휴전선의 길이는 148마일(238㎞)이다. 김 교수는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을 펼칠까.
그가 휴전선 길이에 대한 의문을 품은 것은 지난 2007년쯤부터였다. 김 교수는 “미터법을 쓰는 우리나라에서 왜 휴전선 길이는 미국식 단위인 마일을 쓰는지 궁금했다”며 “이에 정전협정문을 비롯해 DMZ에 관한 여러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과정에서 155마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전선의 정확한 표현은 ‘군사분계선(MDL)’인데 6·25전쟁 당시 연합군과 국내 언론들이 155마일이라는 표현을 썼고 전쟁 후에도 검증 없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위성영상과 정전협정문에 나와 있는 MDL의 정확한 위치 등을 토대로 좌표를 분석해 길이를 측정한 결과 238㎞, 즉 148마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녹슨 군사분계선 표지. /연합뉴스
DMZ는 지구상에서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꼽히고 있어 외국에서도 이곳에 대한 관심이 많다. 외국의 공신력 있는 기관 등에서도 MDL 길이를 148마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03년 7월호 ‘한국의 DMZ-위험한 나누기’라는 특집기사에서 MDL을 148마일로 소개하고 있다”며 “또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운영하는 지리 정보 사이트인 ‘나사 지구관측(NASA Earth Observatory)’ 역시 한반도 MDL을 148마일이라고 기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지리정보학지에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나 지리 관련 기관들이 MDL 길이 정보를 수정하거나 정확한 측정을 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김 교수는 적어도 DMZ와 MDL에 대한 정보는 국내에서부터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동안 정부의 여러 기관에 MDL 연구결과를 이야기했지만 ‘우리 부서 업무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는데, 내가 연구한 ‘148마일’을 그대로 수용해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중요한 연구공간인 DMZ에 대한 기본정보는 국가기관과 연구기관 등이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2010~2013년 강원도DMZ지질공원조성사업단 단장을 맡기도 했던 김 교수는 강원대 학생뿐 아니라 초중고생 및 교사들에게도 DMZ와 접경지역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DMZ와 접경지역을 연구하면서 느낀 점은 자료의 부족”이라며 “MDL을 비롯한 DMZ에 대한 정확한 정보·지식의 집대성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