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유동성·학습효과에 광풍…1억원에 5주 그쳐

시장예상치보다 기업가치 낮춰 공모
SK바이오팜 학습효과도 영향
주식시장 유동성도 풍부
투자자들 공모주 배정물량엔 불만
1억 투자해야 5주 받아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 마지막날인 2일 오전 한국투자증권 목동지점에서 투자자들이 청약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이호재기자. 2020.09.02
카카오(035720)게임즈가 2일 화려하게 기업공개(IPO) 공모시장에 등장했다. 지난 2014년 제일모직의 청약증거금 30조원은 물론이고 올해 6월 SK바이오팜의 31조원을 훌쩍 넘어선 약 59조원의 증거금으로 일반청약을 마무리했다. 카카오게임즈의 흥행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SK바이오팜으로 공모주 수익률을 맛본 투자자들이 크게 호응했고 주식시장의 풍부한 유동성도 한몫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게임 등 언택트(비대면) 관련 주의 실적호전, 낮은 공모가 등이 청약 광풍으로 이어졌다.

높은 청약 경쟁률 탓에 1억원의 청약증거금을 납입해도 실제 받는 주식 수는 5주에 그친다.

카카오게임즈의 청약 열기는 SK바이오팜의 학습효과가 우선 작용했다. SK바이오팜 청약자들은 상장 당일에만 160%의 수익률을 맛봤다. 이런 수익률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저금리와 주택규제 등으로 주식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것도 한몫했다. 청약 직전에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이 처음으로 60조원을 돌파했다. 6월 SK바이오팜 청약 이전 잔액 57조5,000억원을 넘었다. 코로나19로 게임 등 언택트 관련주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컴투스는 2·4분기 실적이 매출 1,475억원, 영업이익 38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8%, 17.8% 증가했는데 대부분의 게임 관련 종목의 실적은 좋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모바일·PC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상반기 매출 2,030억원, 영업이익 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64% 늘었다.


물론 투자자들은 착한 공모가에도 주목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공모가를 2만~2만4,000원(기업가치 1조8,184억원)으로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시장이 예상한 기업가치는 3조~4조원, 적정주가는 3만2,000~3만3,000원이었는데 이보다 더 낮아서다. 더욱이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 경쟁률도 역대 최고인 1,479대1을 기록했다. 당연히 공모가의 상향조정을 예상했지만 카카오게임즈는 당초 제시 수준으로 확정했다. 주가의 상승 여력이 더 커진다는 얘기다.

청약 광풍은 많은 수량을 기대한 투자자들에게는 악재다. 최종 청약경쟁률은 1,525대1이나 돼 1억원을 청약증거금으로 납입하더라도 손에 쥐는 주식 수는 5주에 그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청약증거금을 많이 낼수록 많은 공모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액자산가에 유리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소액 일반투자자들이 좀 더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증거금 중심의 청약 방식을 추첨제로 보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카카오게임즈 일반 청약을 계기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IPO 관계자는 “높은 수익률 등을 기대하며 일반투자자들이 대거 청약에 참여했는데 실제 배정 주식 수에 실망할 수 있다”며 “공모주 청약이 일부 고액자산가를 위한 이벤트로 비쳐질까 안타깝다”고 전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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