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간암 치료를 받고 러시아로 귀국하기 전 레메쉐드 빅토르(오른쪽 세번째)씨가 치료해준 명지병원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명지병원
러시아의 중증 간암 환자가 1주일이 넘는 여정을 거쳐 방한, 도착 후 확진받은 코로나19와 간암 치료를 모두 성공리에 받고 돌아갔다.
2일 명지병원(경기 고양시)에 따르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사는 62세 레메쉐드 빅토르씨는 지난 3월 명지병원에 재발한 간암 치료를 받고 싶다고 연락하고 관련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하면서 항공편마저 끊겨 난관에 봉착했다.
명지병원 의료진과의 영상 원격진료를 통해 간암 진행상황을 체크하던 빅토르씨에게 7월 희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정부가 질병 치료 목적으로 해외에서 입국하는 중증환자에게 2주 간의 자가격리기간을 면제해주는 ‘외국인환자 의료기관 격리지침’ 시행에 들어가 입국 즉시 명지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빅토르씨는 끊긴 블라디보스톡~인천 노선(2시간 30분) 대신 모스크바,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항공편 대기·취소가 반복되고 총 6회의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며 집을 떠난지 1주일가량 지난 8월 4일에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간암이 재발한 러시아인 레메쉐드 빅토르씨가 명지병원에서 코로나19를 이겨낸 뒤 간암 색전술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명지병원
하지만 한국 도착 후 받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방역당국은 감염병 거점병원으로 음압격리병실, 음압혈관중재실, 음압수술실 등을 갖춘 명지병원에 환자를 입원시켜 코로나19부터 치료하고 후속 치료를 이어가도록 조치했다.
명지병원 음압격리병실에서 10일간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그는 에코 병동으로 옮겨 영상의학과 김현범 교수로부터 간암 색전술을 받았다. 경과가 좋아 지난 1일 길고 긴 치료 여정을 마친 그는 의료진, 러시아 코디네이터들과 마지막 진료·면담을 마치고 퇴원해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는데 한국으로 날아와 치료를 받은 게 꿈만 같다”며 “코로나19 확진으로 크게 당황하고 절망했지만 용기를 주며 정성껏 치료해준 명지병원 의료진이 고맙고, 훌륭한 시스템과 의료진이 있는 한국의 환자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